아, 창백한 푸른 점. 2018년 지구여!

 

The Pale Blue Dot

1961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인턴 직원으로 근무하던 수학과 대학원생 마이클 미노비치(Michael Minovitch)는 태양계 외곽행성을 탐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을 제안했다. 당시 우주선은 자체 추진력에만 의존하는 물체로, 연료 적재의 한계 때문에 목성(Jupiter) 너머로 탐사선을 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미노비치는 우주선의 궤도를 잘 설계하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을 더 먼 행성까지 쉽고 빠르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행성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태양의 주위를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 지구의 공전속도는 초속 29.8㎞에 달한다. 우주선이 그런 행성의 뒤쪽으로 접근하면 행성의 중력에 끌려들어가면서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이때 우주선의 고도를 잘 맞추면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미끄러지듯이 행성 궤도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미노비치가 제안한 이 방식을 ‘스윙 바이(Swing-By)’라고 한다. 문제는 행성의 배열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윙 바이’를 이용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할 수 있는 최적의 행성 배열은 대략 175년 주기로 나타난다. 바로 1976~1978년이 그런 시기였다. 그렇게 해서 보이저(Voyager)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1977년 8월 20일 보이저 2호가 먼저 발사됐고, 보이저 1호는 2차례 발사 연기 끝에 9월 5일 지구를 떠났다. 하지만 보이저 2호 발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한 덕분에 보이저 1호가 더 효율적인 궤도를 그리며 앞서 나가게 됐다. 쌍둥이 무인 탐사선 로봇 보이저 1, 2호는 최초 목성과 토성을 근접 관찰을 목적으로 발사됐고, 임무 수행 후 태양풍(Solar winds)이 영향을 미치는 태양의 주변부 즉 태양권 탐사라는 새로운 임무가 부여됐다. 거의 한 세대 동안 태양계를 비행하고도 여전히 지구와의 교신을 유지하면서 우주의 비밀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들을 보내오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보이저 1호와 2호 때문에 우리 인간은 우주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보이저에는 외계의 지적(知的) 생명체와 만날 가능성에 대비해 12인치 크기의 금이 도금된 구리 디스크가 탑재돼 있다. 여기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과 문화의 다양함을 우주에 알리는 목적으로, 인간의 탄생, 인간이 사용하는 기호, 인간이 발견한 과학, 인간이 보는 낮과 밤, 어린 아이가 우는 소리, 닭이 우는 소리 등의 115장의 사진(Scenes from Earth), 여러 가지 소리(Sounds from Earth), 27곡의 각국 음악(Music from Earth), 55개 언어로 녹음한 인사말(Greetings from Earth) 등이 담겨있다.

“안녕하세요(How are you?)”라는 우리말 인사도 들어 있다. 혹시라도 외계인이 있어 우주공간을 떠도는 보이저 1호를 수거하더라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리는 없겠지만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보이저 1호가 마침내 태양계를 벗어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3년 9월 12일자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지나 성간 공간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NASA, 12 Sep 2013). 인류가 만든 물체로는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 광활한 은하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보이저 1호가 1977년 9월 5일 미국에서 발사된 지 꼭 만 36년 하고도 7일이 지난 셈이다. Youtube에 올려진 동영상은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호의 축하 세리모니다.

2018년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210억km 떨어진 성간 공간을 날고 있다. 그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인 38만km의 무려 5만 5천 배에 이르고,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인 1억5천만km – 이를 1AU(Astronomical Unit)라 함 – 의 100배에 이른다. 또 2006년에 국제천문연맹(IAU)로부터 왜행성으로 격하됐지만(IAU, 16 Aug 2006) 한때 태양계의 최외곽 행성이었던 명왕성(Pluto)까지의 거리인 73억km 보다도 3배 가까이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2013년 미국항공우주국은 보이저 1호가 최근 1년간 항성과 항성 사이에 존재하는 플라스마(Plasma) 속을 운항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시 학계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보이저 1호가 이미 태양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확실한 데이터를 받을 때까지는 계속 침묵을 지키다 2013년 드디어 공식 선언을 한 것이다.

2013년 보이저 1호가 성간 우주공간의 소리를 녹음해서 지구로 전송했다(Youtube – Voyager Captures Sounds of Interstellar Space, 6 Sep 2013). 들어보면 섬뜩한 소리인데, 멀리서 들리는 사람의 비명처럼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 음성신호는, 성간 우주공간에서의 플라스마 또는 이온 가스(plasma, or ionized gas) 진동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전해졌다. 미국항공우주국은 "이 녹음을 듣는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항성간 공간의 소리를 녹음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밝혔다.

플라스마 진동이 보이저 1호에 기록된 것은 2012년 10월~11월, 2013년 4월~5월, 2014년 2월 총 3 차례다. 이는 보이저 1호가 성간 우주에 진입했다고 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NASA의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하면 “보이저 1호가 2014년 경험했던 3번째 ‘쓰나미 파’는 여전히 증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것은 과학자들이 성간 우주에서 경험했던 충격파 중 가장 길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충격파다”라고 전했다.

특히 두 번째 충격파는 더 높은 밀도의 플라즈마를 밝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에서 태양풍에 의해 둘러싸여 만들어진 거품인 헬리오스피어(heliosphere)를 벗어났다고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더 높은 주파수에서 더 밀도가 높은 플라즈마의 '고리', 그리고 보이저 1호가 통과하고 있는 성간 매질은 이전에 측정된 것보다 40배 이상 밀도가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보이저 1호가 성간 우주공간에 들어섰다는 결론을 내리는 핵심적인 근거였다.

세번째 충격파는 2014년 2월부터 꽤 긴 기간 동안 감지됐는 데 그동안 보이저 1호는 4억 킬로미터를 이동했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이 독특한 충격파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은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한편, 보이저 1호의 수명은 애초 20년으로 예상됐으나 플루토늄 배터리를 이용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나사는 2017년 12월 1일(현지시간) 지난 1977년 발사돼 1980년 이후로 가동을 멈춘 보이저 1호의 분사 엔진을 37년 만에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NASA는 1980년 11월 8일을 마지막으로 사용하지 않은 백업 엔진 4기를 작동하기로 계획하고, 11월 28일 수십 년 전의 어셈블리 언어로 데이터화 된 소프트웨어를 검토한 결과 백업 엔진을 다시 작동시켰다. 따라서 보이저 1호의 수명은 2~3년 더 늘어나 보이저 1호는 앞으로 약 10년 동안 매일 데이터를 우리에게 전송할 예정이다.

당초 미국항공우주국은 2015년에는 보이저 1호의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가 작동을 중단해 초당 1.4킬로비트(kbit)만 전송할 수 있게 되고, 원자력 전지의 출력도 갈수록 떨어져 2020년쯤에는 관측 장비가 하나둘 멈춰 설 것으로 내다 봤다. 이후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쯤에는 거의 완전히 전력이 바닥나 더 이상 지구로 자료를 보낼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보이저 1호가 지구로 보내올 최초의 태양계 밖 탐사 자료에 대한 기대는 벌써 천문학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수명이 다해도 계속 끝없는 우주 공간을 항해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와 방향을 유지한다면 보이저 1호는 뱀주인자리(Ophiuchus)를 향해 나아가지만, 더 이상 어떤 별과도 마주치는 일 없이 영원한 우주의 미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약 4만년 뒤에는 지구로부터 약 17.6광년 떨어진 기린자리의 항성 ‘AC+79 3888’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보이저 1호와 2호의 발사부터 2013년 9월 12일까지 들어간 비용은 무려 10억 달러(1조원)에 이른다.

NASA는 지난 2017년 1월 7일 "보이저 1•2호가 최근 보내온 신호와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파악한 결과,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났고, 2호는 태양계 최외곽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지구와 보이저 1호 사이 거리는 약 205억㎞. 초속 30만㎞로 달리는 빛의 속도로 가도 19시간이나 떨어진 곳이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인터스텔라(Interstellar)로 불리는 성간(星間) 공간을 지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들의 바람인 '성간풍'을 맞으며 망망대해와 같은 우주를 날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1990년 2월 14일에 지구로부터 64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보이저 1호가 갑자기 카메라의 방향을 뒤로 돌려, 아주 작은 점 하나가 찍힌 한 장의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지구의 과학자들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러나 그 사진 중앙 하단에는 아주 작은 티끌만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 보였다. 그 것은 바로 보이저 1호의 고향인 지구였다.

이 사진은 그 유명한 <코스모스(Cosmos, 2006)> 칼 세이건의 의도에서 촬영된 것이었다. 그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지시했다.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지구를 포함한 6개 행성들을 찍을 수 있었고 이 사진들은 가족사진(Family Portrait) 또는 행성 사진(Portrait of the Planets)으로 이름 붙여졌다. 다만 수성은 너무 밝은 태양빛에 묻혀 버렸고, 화성은 카메라에 반사된 태양광 때문에 촬영할 수 없었다. 지구 사진은 이들 중 하나이다.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보고 감명을 받아 <창백한 푸른 점, 2001; Pale Blue Dot, 1994>을 저술했다. 그는 이 책에서 사진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작은 창백한 푸른 점에서 태양계를 넘어 광활한 우주로 무인 보이저 1호는 떠나갔다. 언젠가는 사람을 태운 유인 우주선이 태양계를 탈출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태양계를 탈출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것은 우주에서의 절대적인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바로 태양계를 탈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바로 평화를 사랑하는 것이다. 서로 죽이고 죽이며 살아온 작은 창백한 점을 떠나고 행성들을 지나 태양계를 넘을 때 우리는 우리들의 공격성을 극복함으로써 항성간 문명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태양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것도 빛보다 빠른 우주선을 발견해서 말이다. 출처: 아스펙미래기술경영연구소 차원용 소장 Facebook.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