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노벨생리의학상, ‘면역항암제’ 미·일 의학자 공동수상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일본 교토 대학교 혼조 타스쿠 교수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두 사람은 ‘음성적 면역조절(Negative Immune Regulation) 억제에 의한 암 치료법'을 발견했다.

이 두 사람은 인체의 면역계가 본래 보유한 종양공격 능력(Ability of Our Immune System to Attack Tumor Cell)을 자극해 치료하는 새로운 암 치료법을 확립했다.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면역계에 제동을 거는 기지의 단백질을 연구했다. 그는 브레이크라는 연결을 풀 경우 면역계가 활발하게 종양을 공격할 수 있음을 알아낸 뒤 이러한 개념으로 완전히 새로운 암 치료 방법을 찾아냈다. 

혼조 타스쿠 교수는 면역세포에서 미지의 단백질을 발견한 후 그 기능을 자세히 조사했다. 해당 단백질이 제동을 걸지만, 앨리슨 교수가 연구한 단백질과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암치료에 적용해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얻었다. 

두 사람은 면역계의 제동을 푸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암 치료에 사용해 그 효과를 각각 증명했다. 이들의 방법은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요법(CTLA-4/PD-1) 메커니즘. 출처: Nobel awards committee

암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해 건강한 기관과 조직으로 마구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암을 치료하는 접근방법도 수술과 방사선치료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일부는 이미 노벨상을 받았다. 1966년 전립선암의 호르몬요법(허긴스), 1988년 화학요법(엘리엇 & 히친스), 1990년 백혈병 골수이식요법(토머스) 등이다. 하지만 진행성 암은 치료하기가 매우 어려워,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면역계 활성화가 종양공격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 등장했다. 그 이후 세균감염을 통해 환자의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려는 시도가 진행됐다. 그러한 노력들이 효과는 별로였지만, 오늘날에는 좀 더 발전된 방법으로 방광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결국 좀 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많은 과학자들은 보다 높은 기초연구를 통해 면역계를 조절하는 기본 메커니즘을 알아내 면역계가 암세포를 인식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진보에도 암을 치료하는 일반적 방법을 개발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면역계의 기본 속성은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별한 다음, 침입한 세균 및 바이러스, 기타 위험요소들을 공격하여 제거한다. 이러한 자기 방어망의 핵심은 백혈구의 일종인 T 세포(T cell)다. T 세포는 수용체(Receptor)라는 단백질을 갖고 있는데, 수용체는 비자기로 인식된 구조에 결합해 면역계가 자기방어에 나선다.

하지만 완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려면 수용체만으로는 부족하며, T 세포의 액셀러레이터로 작용하는 추가적인 단백질이 필요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처럼 중요한 기초연구에 공헌했으며, 면역세포에 제동을 걸어 면역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도 발견했다. 따라서 면역계를 제대로 조절하려면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의 미묘한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즉, 면역계의 건강한 세포와 조직을 파괴하는 자가면역 반응을 방지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제임스 앨리슨 교수. 출처: Nobel awards committee
1990년대에 앨리슨 교수는 T 세포의 CTLA-4라는 단백질을 연구했다. 그는 CTLA-4가 T 세포에 제동을 거는 것을 관찰한 여러 명의 과학자들 중 한 명이었다. 다른 과학자들은 그 메커니즘을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표적으로 이용했지만, 앨리스 교수는 전혀 다른 아이디어로 접근해 CTLA-4에 결합하는 항체를 개발하고 그 기능을 차단할 수 있었다. 

앨리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CTLA-4를 차단할 경우 T 세포의 브레이크를 풀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자극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94년 말 1차 실험을 실시한 결과 눈에 띌만한 성과에 크리스마스 휴가까지 반납하고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그들은 브레이크를 푸는 항체를 이용해 항종양 활성을 촉진시켜 암에 걸린 실험용 쥐를 치료했다. 

그는 제약회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에서도 집중적으로 연구해 사람의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뒤이어 다른 연구자들도 매우 좋은 결과를 얻었고, 2010년 진행성 흑색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큰 효과를 보았다. 이후 대부분 환자들에게서 남아있는 암의 징후가 사라졌다. 이러한 놀라운 결과는 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혼조 타스쿠 교수. 출처: Nobel awards committee
타스쿠 교수는 앨리슨 교수보다 몇 년 앞선 1992년 T 세포 표면에 발현된 또 하나의 단백질인 PD-1을 발견하고 수년간 PD-1의 역할을 자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PD-1은 CTLA-4처럼 브레이크로 기능하지만, 작동 메커니즘이 다른 것을 밝혀냈다.

이후 동물실험을 통해 PD-1 차단이 매우 효과적인 암 치료 방법으로 밝혀졌다. 결국 PD-1을 사람 암 치료로 활용하는 길을 열었다. 그 뒤 임상시험이 줄을 이었고, 2012년 실시된 핵심연구에서 다양한 암 환자들이 완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는 대단해서 기존에는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해온 다양한 전이암 환자(Metastatic Cancer)들이 장기적으로 완화되거나 궁극적으로 치료됐다. 

두 사람이 초기 연구한 CTLA-4와 PD-1 차단 방법 이후 임상은 놀랄 정도로 발달해 오늘날에는 면역관문요법(Immune Checkpoint Therapy)으로 불리는 치료법은 특정 진행성 암 환자들의 예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하지만 다른 항암제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심각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이 올 수 있다. 이는 과활동면역반응(Overactive Immune Response)에 따라 자가면역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대부분은 관리할 수 있다. 현재 연구자들은 면역관문요법의 효과를 향상시키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 가지 치료 방법 중에서 PD-1을 대상으로 한 면역관문요법의 효과가 더 우수해 폐암, 신장암, 림프종, 흑색종 등 다양한 암에서 좋은 결과가 관찰되고 있다. 새로운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CTLA-4와 PD-1을 모두 사용하는 병용요법(Combination Therapy)이 흑색종에 큰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두 사람은 종양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브레이크 풀기 방법'을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면역계를 암을 제거하는데 노력해 왔지만 동물실험에만 머물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면역관문억제요법은 오늘날 암 치료에 일대 혁명을 가져 왔을 뿐만 아니라, '암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IT뉴스 /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