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음악, ‘음악은 수리 과학이다’

 

▲이제은 편집위원
음악(Music)은 소리 과학이다. 소리의 높낮이, 장단, 강약 등의 특성을 표현한 예술이다. 음악이란 용어는 라틴어 무시카(Musica)에서 유래했는데 무시카는 소리와 울림에 관한 기초과학을 의미한다. 

음악은 정확하게 과학적 형식을 띠고 있으며 수학적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중세 미학자 카시오도로스(Cassiodorus, c.480-575)는 “음악은 수를 다루는 과학이다. 또한, 음악은 상관된 소리들의 과학이며 그 소리들이 서로 일치하고 또 다르게 되는 방식에 대한 탐구다” 라고 말했다. 음악을 과학의 영역에서 바라본다면, 인공지능 로봇이 악기를 연주하고, 화음을 넣고, 작곡을 해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구글의 인공지능 작곡가 ‘마젠타(Magenta)’는 순식간에 80초짜리 피아노곡을 만들어 냈고, 조지아공대에서 만든 인공지능 로봇 ‘시몬(Shimon)’은 악기 연주로 물론이고 즉흥적으로 협연을 해냈다. 창작적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작곡’과 실천적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연주’에 인공지능이 접목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놀라운 이유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창의성의 영역: 창작’에까지 침투했기 때문이다. 

▲ 조지아 공대 로봇 마림바(Marimba) 연주자 시몬(Shimon)은 인간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코드 구조를 연주 한다. 출처: Quartz
필자의 어렸을 적 꿈은 작곡가였다. 일종의 월반이라 할 수 있는, 체르니 50번(고급)을 초등학교 졸업 전에 마쳤다. 다섯 살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피아노학원에 다녔기에 그러했겠지만, 당시 필자가 살던 작은 동네에서 음악 신동(?)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연스레 작곡 기법을 공부하며 음악과 과학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소리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며, 완벽한 화음은 수학적으로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화성학, 대위법이라 불리는 작곡 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음악은 박자와 화성, 음색, 선율 등을 일정한 법칙과 형식으로 종합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작곡가가 4차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등장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인공지능을 통한 작곡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모차르트의 ‘주사위 작곡법’도 일종의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다. 음(音)마다 숫자를 매겨 놓고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수를 악보에 옮기며 곡을 만드는 것이다. 작곡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은 1950년대부터 존재했고, 1980년대 이후에는 기계학습 기술이 접목되었다. 

2000년대 들어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고급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했고, 모차르트, 베토벤과 같은 음악가의 성향을 분석하고 스스로 학습하여 곡을 쓰게 되었다. 1981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알고리즘 뮤직을 작곡해 온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 교수는 “인공지능 음악을 통해 시간과 에너지, 비용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인공지능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전방위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글쓰기, 음악, 미술 등 인간의 마지막 남은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창작’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LG연구원은 영국 인공지능 전문가의 연구결과를 국내 423개 일자리에 적용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일자리의 43%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 분석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직군으로 사람 간의 의사소통 능력이나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군인 영양사, 전문의사, 교사, 연구원 등을 들었다.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노동의 변화와 일자리 감소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 중에 가장 단순한 영역부터 침범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의사결정과 감성에 기초한 직무는 여전히 인간이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이 만들어 내는 마지막 영역인 ‘창작’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창작한 음악은 여전히 인간만이 느끼는 감성적 요소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인공지능이 뛰어난 창의성을 발휘하여 스스로 작곡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가까운 미래에 음악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 작곡가들은 음악이 지닌 새로운 가치를 찾으며 진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음악의 저변을 넓히고 있음은 분명하다. 음악은 숙명적으로 창의적인 것을 추구한다. 창의성의 영역으로 생각되던 음악과 인공지능의 접목은 새로움을 시도해 나가는 데 있어 더없이 좋은 도구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조적 활동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인간이 상호보완적으로 협업하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위기에 대비하여 기술의 발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부터 생겨난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리고 인간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수록 인간은 더욱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은 IT뉴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