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인간의 뇌세포 정보 최초로 데이터베이스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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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인간의 뇌조직은 신경과학자들에게 매우 희귀한 자료다. 과학자들이 수술 과정에서 폐기되는 '살아있는 인간 뇌조직'의 작은 조각이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데이터베이스(publicly available database)에 수록했다. 

신경과학 도구(예: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뇌지도)를 작성하는 앨런 뇌과학연구소의 연구진은 2017년 10월 25일 "살아있는 인간 뇌세포에서 입수한 데이터를 최초로 출판했다"라고 발표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들은 대부분 두 가지 중 하나를 이용한다. 하나는 지원자들의 뇌를 영상화한 기능성 뇌(functioning brain)의 이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시체에서 추출한 죽은 뇌(dead brain)의 절편(slice)이다. 이러한 연구에서 얻은 이미지와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면, 많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개별 뇌세포, 즉 뉴런의 분자적 내용(molecular content)을 분석해 궁극적으로 뇌세포들이 행동하는 근거를 생물학적으로 규명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껏 그러한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자료는 생쥐의 뇌에서 얻은 정보가 고작이었다.

수술 과정에서 잘라낸 인간의 뇌 샘플을 이용한 소규모 연구는 1970년대에 매우 시험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 앨런 연구소가 다량의 인간 데이터를 출판함으로써 인간 뇌의 독특한 특성을 확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뇌과학계에서는 그들의 노력을 '사상 유례없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며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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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수술 중 환자로부터 추출한 인간의 뇌조직 조각은 차갑게 산소처리 된 액체의 특수용기에서 살아있다. (사진자료= 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

독특한 인간
미국 시애틀 지역의 신경외과 의사들은 환자들의 동의를 얻어, 수술 중에 폐기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있는 '작은 뇌 조각'을 기증했다. 이것은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이라고 불리는 뇌의 바깥층에서 나온 것으로, 뇌 심층부의 병든 조직에 접근하기 위해 잘라낸 것이다.

대뇌피질은 높은 수준의 활동, 이를테면 인간 특유의 깊은 성찰(deep introspection)이나 추상적 추론(abstract reasoning)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런 연구소의 사장 겸 과학총책임자(CSO)인 크리스토프 코흐 박사는 "생쥐와 인간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를 세부적으로 밝혀내면, 인간을 독특한 종(種)으로 우뚝 서게 만든 요인이 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수록된 다량의 인간 데이터는 36명에게서 채취한 300가지의 서로 다른 유형의 뉴런에 관한 것인데, 그중 일부는 거미집 형태(spidery shape)를 3D로 재구성한 것과, 그 전기적 행동(electrical behaviour)을 시뮬레이션한 컴퓨터 모델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다른 3명에게서 채취한 개별 뉴런 16,000개의 유전자발현 프로파일도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생쥐의 데이터와 비교해 '인간과 생쥐의 핵심적인 차이가 어디에 있는가'에 관한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암스테르담 대학교의 신경과학자로서 신선한 인간 뇌세포 연구의 초기 개척자인 하위프 만스벨더르(Huib Mansvelder) 박사는 "이번 데이터베이스는 과학계에 제공된 커다란 서비스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그는 동료들과 함께 "인간의 뉴런은 생쥐보다 정전용량(capacitance)이 작아, 빠른 발화(firing)와 정보전달이 가능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인간의 뉴런은 매우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스벨더르 박사는 "그러나 앨런 연구소의 대규모 접근방법은 뇌과학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뇌조직
연구진이 기증받은 인간의 조직 덩어리들은 각설탕만 한 크기로, 생쥐의 뇌 전체 부피와 비슷하다. 300-350㎛ 두께로 썰어도 세포들이 3일간 살아서 활동해 과학자들이 다양한 분석과 측정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생쥐의 뉴런은 몇 시간 내에 퇴화하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에서 살아있는 인간 뇌조직을 연구하는 기관은 몇 군데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지금껏 뇌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들 중에서 뇌조직을 연구를 하려고 생각한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생물학 연구도구가 신속하게 발달하면서, 그러한 연구에 대한 과학적 장점과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앨런 연구소에서는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는 인간 뇌세포의 수와, 각각의 세포에서 입수된 정보의 양을 늘릴 계획이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 중에는 RNA의 완전한 프로파일을 수록함으로써 뇌조직에서 활성화된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 다음 단계로 뇌세포 간의 연결성을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생쥐의 뇌를 이용한 연구만큼 포괄적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생쥐의 경우에는 뇌 전체를 분석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인간 뇌의 경우에는 매우 작은 조각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뇌세포의 무결성
살아있는 인간의 뇌조직을 연구하는 데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비록 외견상 건강하게 보일지 몰라도, 뇌세포는 뇌종양 수술이나 심각한 뇌전증 치료 과정에서 잘라낸 것이 대부분이므로, 병리학적 환경에서 변형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스벨더르 박사에 의하면 "암 환자에게서 채취한 대뇌피질 조직과 뇌전증 환자에게서 채취한 대뇌피질 조직을 비교해본 결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앨런 연구소에서도 만스벨더르 박사의 연구결과를 재차 확인했다.

인간의 대뇌피질 조직을 이용하는 데는 이점도 있다. 신경외과 수술팀은 수술 전후에 환자들로부터 뇌기능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다. 따라서 적절한 익명(anonymization)으로 처리한다면, 이 정보들을 세포의 속성과 연관시킬 수 있다. 예컨대 지난 9월 20-23일 헝가리 페치(Pécs)에서 열린 유럽 신경학회연합 모임에서, 만스벨더르 박사는 ‘지능지수(IQ)와 세포발화 임계치 간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IQ가 높을수록 세포발화의 임계치가 낮다고 한다.

10월 23일, 만스벨데르 박사는 신경과학의 또 다른 선구자인 헝가리 세게드(Szeged) 대학교의 가보르 터마시(Gábor Tamás) 박사, 이스라엘과 스웨덴의 연구진, 앨런 연구소와 손을 잡고, 미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1,94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인간 뇌 데이터베이스(human-brain database)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출처: 네이처

<동영상> 한 사람의 뉴런은 다른 사람의 지식이다. 

"한 사람의 뉴런은 다른 사람의 지식이다." 이것은 앨런 뇌과학연구소의 입장이다. 앨런 뇌과학연구소는 10월 25일, "살아있는 인간 뇌세포에 관한 자유열람 데이터베이스(open access database)를 세계 최초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36명의 환자에게서 채취한 약 300가지에 달하는 대뇌피질 뉴런의 전기적 속성(electrical property)에 대한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그중 100가지 뉴런에 대해서는 3D로 재구성된 모델이 추가되었다. 

앨런 연구소는 신경외과 의사들의 협조를 얻어, 뇌수술을 받은 뇌전증이나 뇌종양 환자들에게서 절제된 대뇌피질(뇌의 가장 바깥증) 조직에서 건강한 뇌세포를 수집했다. 일반적으로 의학적 폐기물로 간주되지만, 이 조직들은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독특한 자료원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당수의 뇌과학 연구들은 살아있는 인간 뇌조직이 아니라, 죽은 뇌조직, 또는 생쥐 등의 동물 뇌세포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에 제공된 데이터는 '인간의 뇌가 다른 종들의 세포와 달리 독특한 이유'와 '건강한 뇌와 병든 뇌의 차이'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등재된 양병찬 번역가의 글을 다시 정리해 옮겨 싣는다. 양병찬 약사/과학 전문 번역가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을 공부했다. 현재 약국을 운영하며 의학, 약학, 생명과학 분야 등 과학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매주 포스텍(POSTECH)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 엄선해 번역 소개한다. 최근 번역 출간한 책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2017.08.09), '핀치의 부리'(2017.03.08.), '자연의 발명'(2016.7.11.)을 비롯해 ‘나만의 유전자’,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매혹하는 식물의 뇌’, ‘곤충 연대기’,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 남는다’, '센스 앤 넌센스', ‘비처방약품치료학’, ‘커뮤너티파마시’, ‘리더에게 결정은 운명이다’, ‘잇 앤 런’,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