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신소재 ‘그래핀’, 국제 공동연구로 개발 성공

기초과학연구원·울산과기원·성균관대와 홍콩과기대 공동 연구...원자 1개층 이뤄진 평면 그래핀 합성 성공…'초박막' 원천기술

초고속 반도체,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에 사용되고 미래 신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의 획기적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이 주축이 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그래핀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성과가 나왔지만, 여러 층의 그래핀을 겹친 '적층 구역'이 대부분이었다. 그래핀은 육각형 탄소 원자가 한 층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따라서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진 그래핀은 초박막 등 소재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완벽한 차원의 평면(2차원)이 아니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단장 로드니 루오프)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성균관대, 홍콩과기대 등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소자 전체에 걸쳐 완벽하게 원자 1개 층으로 이뤄진 대면적 그래핀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래핀 기술의 '끝판왕'인 셈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에 논문명 ‘Cu(111) 호일에서 성장한 단층 대면적 단결정 그래핀’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탄소 불순물을 제거한 단결정 구리 호일 위에서 단결정 그래핀을 성장시켰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처럼 육각형으로 나열된 2차원 물질이다. 얇고 투명하지만 강철보다 강하고, 우수한 열‧전기전도성을 지니는 등 탁월한 물성으로 주목받았다. 고성능 그래핀 합성에는 일반적으로 화학기상증착법(CVD)이 쓰인다. 구리와 같은 얇은 금속 호일(박막) 위에서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CVD를 이용한 수많은 그래핀 합성 연구가 보고됐지만, 항상 부분적으로는 여러 층의 그래핀이 겹친 ‘적층 구역’이 존재했다. 모든 면적에 걸쳐 순수하게 한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은 아직 개발된 적 없다.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은 층수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적층 구역의 존재는 그래핀의 성질을 떨어뜨린다.

우선 공동연구진은 그래핀 적층의 생성 원인이 구리 호일 제조업체인 지안시 구리회사(Jiangxi Copper Corporation Limited)와 논의한 결과 시중에 판매되는 구리 호일이 다량의 탄소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임을 밝혔다. 특히 탄소 불순물은 상용 구리 호일의 표면부터 30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깊이에 집중돼 있었다.

연구진은 고온의 수소 열처리를 통해 탄소 불순물을 모두 제거한 구리 호일을 적용해 완전한 원자 한 층의 대면적 그래핀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연구진은 더 성능이 뛰어난 한 층의 단결정 그래핀을 제조하기 위한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단결정 그래핀은 소자 전체에 걸쳐 탄소(C)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그래핀으로, 방향이 다른 단결정 그래핀들이 모여 이뤄진 다결정 그래핀보다 전기 특성이 우수하다.

탄소 불순물을 제거한 단결정 구리 호일 위에서 단결정 그래핀은 20~5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의 간격을 두고 군데군데 접힌 형태로 성장한다. 접힌 부분 사이에 형성된 그래핀은 적층이 없는 것은 물론, 소재의 결합으로 작용하는 결정립계(서로 다른 결정 방향을 갖는 결정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면)도 없는 완벽한 단결정을 이뤘다.

연구진은 한층 단결정 그래핀을 물질 내에서 전하 입자가 얼마나 잘 이동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캐리어 이동도(Carrier Mobility)를 분석한 결과 상온에서 1만㎠/Vs로 기존 화학기상증착법으로 합성된 일반적인 그래핀에 비해 약 4배 이상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적층과 결정립계 형성이라는 그래핀 합성의 2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개발된 그래핀이 고배율 투과전자 현미경의 지지판, 고품질과 정밀도가 요구되는 고성능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한 층의 대면적 그래핀 합성 연구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기초과학 연구지만, 향후 산업계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며 "현재는 국소적으로 존재하는 접힌 부분의 발생 원인을 규명, 이를 최소화한 더욱 완벽한 그래핀을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