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된 금속, 인간 뼈처럼 복구하는 기술 개발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진이 파손된 금속을 실온에서 인간의 뼈처럼 스스로 복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출처: Pikul Research Group]

터미네이터 2에 나오는 살인 로봇 T-1000은  파손된 몸을 스스로 복구하고 자유롭게 변형하는 로봇이다. 

펜실베니아 대학 기계공학 및 응용역학과 제임스 피쿨(James Pikul) 교수와 대학원생인 자카리아 하인(Zakaria Hsain)이 파손된 금속을 실온에서 인간의 뼈처럼 스스로 복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공학 최고 권위 저널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논문명 ‘셀룰러 금속의 저에너지 실내 온도 치유(Low‐Energy Room‐Temperature Healing of Cellular Metals)’으로 8월 16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파손된 금속 시료를 전기 도금 그릇에 넣자 폴리머 층이 파괴된 부분에만 금속으로 복구된다. [출처: Pikul Research Group]

금속의 파손된 부분을 복구 하기 위해 용접을 접착하는 방법은 높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용접을 할 수 없는 금속 구조도 많다. 예를 들어 작은 공간의 가벼운 발포 금속은 용접하면 복잡한 내부 공간이 메워지고 무게가 증가하게 된다.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팀은 폴리머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자기복구 소재에 주목했다. 기존의 자기 복구 재료는 폴리머에 다양한 화학 물질을 스며들게 해 폴리머가 파손되면 에폭시처럼 섞여 손상 부위를 접착한다. 폴리머는 실온에서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한 열을 줄 필요가 없다. 

기존의 자기 복구 재료는 강도가 제한되어 있어 고강도 금속 복구에 사용할 수 없었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기존의 자기 복구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분자의 성질을 이용해 파손 부위의 감지를 화학 신호로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화학 기상 증착법(CVD, Chemical Vapor Deposition)을 이용해 니켈 표면을 화학적으로 신축성 있는 불활성 폴리머인 패릴린(Parylene) D층으로 균일하게 코팅했다.

이 재료의 손상 허용 오차는 니켈의 손상 허용 오차보다 약간 낮기 때문에 니켈이 손상되면 먼저 파손된 금속이 드러난다. 그런 다음 연구원들은 전기 도금을 사용해 파손된 니켈을 복구했다

전기 도금은 자동차 부품의 구리 도금과 보석에 금을 도금할 때 사용되는 기술이다. 도금하고 싶은 금속 이온을 포함하는 전해액 안에 부품을 넣어 전류를 흘리면 부품 주위에 금속 이온이 반응해 균일하게 도금이 된다. 이 기술은 실온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에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처: Pikul Research Group]

제임스 피쿨 교수는 “폴리머와는 달리 금속은 실온에서 액체가 흐르지 않는다. 그러나 전기 화학의 장점은 금속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며, “그런 다음 전기 화학을 이용해 금속 이온을 고체 금속으로 변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이 폴리머는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기판에 그려 집적회로를 만드는 기술인 석판인쇄(lithography) 마스크와 같은 역할을 하며, 손상된 금속 부분에서만 이온이 금속으로 변환한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손상되거나 완전히 파손된 폴리머 코팅된 니켈을 사용해 실험한 결과 복구하는데 약 4시간 정도가 걸렸다. 손상 부위를 복구하는 데는 금속 전체에 전기 도금이 작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크기에 무관하다.

연구팀은 "이 방법은 외부 전원과 원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완전한 ‘자가 복구 금속’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인간의 뼈와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간의 뼈도 완전 자가 치유가 아니다. 치료할 에너지와 영양분이 필요하다. 우리 시스템도 전압 및 금속이온 전해질이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뼈와 유사하게 작동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뼈와 마찬가지로 복구 시 손상 이전보다 더 많은 금속을 부착하기 때문에 손상되기 전보다 더 강하다. 하지만 이 기술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때 복구 효율이 떨어진다. 복구 부위에 폴리머 코팅이 없기 때문에 계속 니켈이 축적돼 치유 효율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생물학적 치유와 같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인간의 혈액과 비슷한 구조처럼 복구에 필요한 전해질을 금속 부품과 통합할 수 있다”며, “금속이 파괴되면 전해질이 파손 부분을 둘러싸고 배터리에서 전압을 가해 스스로 복구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 기술을 이용하면, 미래에 손상된 부품을 기계에서 분리하지 않고 복구할 수 있다. 수리가 어려운 로봇 내부와 우주 정거장의 부품 등에 이용될 수 있다. 

참고로 터미네이터2의 T-1000은 자가 조립 액체 금속(Liquid Metal)으로 이루어진 로봇이다.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