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디지털 사회 진정한 경쟁력은?

종업원들을 전략, 구조, 과정에서 해방하자

20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얻기 위해 구조를 조직의 전략에 맞게 설계하라는 주장이 신화처럼 받아 들여졌다. 아무리 만점짜리 구조나 제도를 만들어도 조직이 정한 전략을 실현하는 도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결국 구조나 제도로서는 낙제점이라고 주장한다. 

관료제라는 제도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조직의 전략을 달성하는 좋은 수단이 되면 충분히 존재 이유가 인정되었다. 20세기 산업사회의 경쟁력은 전략을 정해서 일사불란하게 수행할 수 있는 구조나 제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전략이 모든 경쟁력의 답이었고 전략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시대다.

전략적 인사관리란 용어도 이때 만들어졌다. 즉, 인사관리라는 제도도 전략을 구현하는 도구로서 기능할 때만 존재 이유가 인정된 것이다. 전략적 인사관리는 종업원을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조직의 전략을 달성하는 도구로 취급했다. 도구로 사용하다 쓸모가 없어지면 더 나은 인재로 대체되어야 하는 소모품으로 전락한 것이다. 종업원은 조직이라는 큰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취급되었다. 큰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원리를 일개 부품인 종업원이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환경이 심각하게 변화하는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자 전략에 따라 구조를 설계하라는 원리는 낡은 원리로 전락했다. 구조란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변화시킬 수 없어서 전략에 따라 구조를 잘 만들어 놓아도 상황이 바뀌면 구조를 신속하게 변화시킬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20세기 말 정보화 사회가 본격화되자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잘 만들어진 구조나 제도가 실제로 경쟁력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문제를 해결을 위해 컨설팅 회사들은 유연성이 떨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과정에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과정은 구조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상황이 변하면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당시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에서 유행의 첨단을 걷는 조직설계의 혁신적 개념으로 제안된 것이 리엔지니어링이란 개념이다.

리엔지니어링이란 직렬로 연결된 과정을 병렬식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직렬적 과정이 구조보다도 더 신축성이 떨어지자 모든 직렬방식을 병렬방식으로 바꾸도록 제안한 것이다. 한 차선으로 된 고속도로에서 중간에 사고가 생기거나 초보운전자가 있으면 전체가 마비되는 방식이 직렬방식이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안서를 올려서 셀 수도 없는 결제를 받는 형식도 다 직렬방식이다. 

직렬로 연결된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시간과 과정 손실이 엄청났다. 리엔지니어링으로 촉발된 병렬식 연결의 방법이 진화해서 셀 방식이나 팀 방식의 린 경영이 제안되었다.

21세기가 도래하자 병렬식으로 과정을 혁신하고 현장에 권한을 넘겨주는 임파워먼트 방식이 유행했다. 팀제를 운영하고 임파워먼트를 해도 더 빨리 변화하는 환경을 실질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문제가 누적되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 애자일(agile) 방식이다. 산업사회에서의 경쟁력은 기업의 크기이지만 정보사회에서 방식은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정도가 경쟁력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애자일 방식은 럭비 경기에서 아이디어가 차용되었다. 스크램을 짜서 자신의 팀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공격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크램 안에서 패스를 하거나, 스크램을 밀고 나가거나, 아니면 뒤로 패스하고 다시 선두에게 공을 패스하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애자일 방식은 세련되게 새로운 것처럼 포장되었지만 자율경영팀을 단기적 다기능팀으로 바꾸어 좀 더 유연하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원리이지 전혀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상상할 수 없는 변화로 특징 지어지는 21세기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 목격되고 있는 가장 진화한 조직 형태는 무엇일까? 

미션형 역할조직이다. 재포스의 홀로크라시나 넷플릭스 전문가들의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채용된 원리이다. 미션형 역할조직의 핵심원리는 세 가지이다. 

첫째, 조직의 목적을 동사화한 사명의 울타리를 가지고 있다. 이 울타리 안에서 종업원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조직의 사명을 달성한다. 사명조직은 전략이 아니라 미션이 포커스가 된다. 전략의 근원적 한계가 경영진이 수립하고 종업원이 달성하는 형태여서 만드는 사람과 실행단의 격차인 지행 격차가 치명적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미션형 역할조직에서 경영진은 사명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하고 이 울타리 안에서 운동장을 플랫폼으로 설계하고 이 플랫폼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서번트 역할을 수행한다. 미션형 역할조직에서 군림하는 경영진이나 갑질하는 상사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둘째, 손실의 주 원인이 되는 과정이나 구조, 전략을 없애고 필요하다면 종업원들이 수행하는 역할 속에 구조와 과정과 전략을 내재화시키는 설계를 한다. 종업원들의 포커스는 조직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만들고 조직의 과업달성을 위해 다른 구성원과 역할을 협상하는 것이다. 종업원들은 최적화된 역할을 찾아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종업원들이 역할을 통해 환경과의 조율에 최적화된 조직의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직원들이 수행하는 것은 최적화를 통한 자기조직화 과정이다. 소모적인 구조, 과정, 전략은 다 폐기 처분되거나 미션을 달성하는 것에 정렬된 역할 속에 편입된다. 

마지막 원리가 구성원들에게 자신에 필요한 스토리를 자신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며 조직의 맥락과 역사와 문화를 스스로 만들게 하는 것이다. 조직의 완벽한 심리적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미션 중심의 역할조직에서 구성원들은 조직의 미션을 최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만들고 이 역할을 신장시켜가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나간다. 역할과 사명이라는 두 축으로 조직의 목적과 구성원의 목적이 완전히 서로 최적화된 상태를 만들어간다. 전략이나 과정이나 구조나 제도 등에 목메지 않고 모든 역량이 일을 통해 조직의 사명을 달성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기존의 경영학의 중심원리로 생각되던 전략, 구조, 과정을 미션 달성이라는 역할에 내재화시키는 미션 중심의 역할조직은 본인의 저서 <황금수도꼭지>에서 제시된 목적경영에 대한 최고의 실험이다.

 

 

 

 

 

윤정구 교수(이화여대 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