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 업무가 궁금해?

최근 한 학생이 보낸 “UX업무가 궁금합니다'”라는 메일에 대한 답장을 정리해 옮긴다. 쓰다 보니 지난해에 출간한 <논쟁적 UX> 요약본이 됐다. 지금부터 UX 디자인 업무대해 알아보자.

UX(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디자인이 하는 일을 이야기하려면 UX디자인이 어떤 필요 때문에 나타났는지를 알아야 하고 필요를 따져보려면 UX디자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해야한다.​

UX라는 개념, 즉 사용자의 경험에 대한 개념은 기존의 디자인(제품디자인, 건축, 시각디자인 등등)에서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 디자인에서 말하는 사용자경험의 고전적 개념이 있음에도 다시 사용자경험이 등장한 것은 컴퓨터 때문이었다. 

컴퓨터라는 물건은 온전히 이공계의 것이었지만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공대생이 통제하기 힘든 부분이 생겨났고, 이 부분을 디자인이 맡아서 하려 했지만 또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이런 어중간한 부분을 UX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학계에서는 나름대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이것은 근본적으로 디자인도 아니고 공학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 내용에는 깊이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시절의 UX디자인이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도 이후에 설명할 시기에 비해 매우 미약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2009년에 아이폰이 나오면서 애플 아이폰이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다. 애플은 인류의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기를 만들게 되고 막대한 이익을 내게 된다. 후발주자들 입장에서는 빨리 애플에 대적할만한 제품을 만들어야 했지만, 기존 인력으로 만들던 제품은 기기의 복잡도가 높아서 사용하기 어려운 기기가 대부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노키아도 어찌해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나 모토로라는 물론 LG전자도 대책이 없었다. 후발주자들은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 기기 사용 복잡도를 낮춰야하는 고민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뒤집기 위해 새로운 지식이나 인력이 필요했다. 이때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가 나와서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 “사용자의 경험”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애플에게 휴대폰 시장이 먹힐지 모른다는 사회적 위기감을 이용해 해결사로 나타난 분야가 UX디자인이다. 

회사는 UX 전담부서를 만들고 UX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수행했다. 수요가 이러하다보니 당시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자신이 UX디자인 전문가라고 시장에 나왔다. 이들의 원래 정체는 기획자다. 거기에 개발, 디자인 인력들이 붙어서 지금의 UX디자인 부서가 됐다.

UX디자인이라는 것은 원래 사용자의 전체 경험을 디자인하는 행위지만, 기업에서 통용되는 UX디자인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지적인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행위로 제한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자. 이제 이 동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해보자. UX 관련 부서가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UX리서치 :
쉽게 말해 자료 조사다.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설명해 의사결정을 유도하기 위한 일이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반려동물 컨텐츠를 왜 넣어야 하는가?" 혹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카메라에 바라는 기능은 어떤 것인가?"이런 수준의 논의들 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일이다.

UI설계 :
UI 그리기 전에 뼈대 만드는 일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화가가 그림에 대한 구상부터 표현까지 전담하지만 신기하게도 UI디자이너가 설계부터 구현까지 모두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미술대학의 발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논외로 한다. 어쨌든 UI를 그리고 최적화하기 전에 어떤 항목을 넣을 것인가 나아가 어떤 레이아웃으로 넣을 것인가에 대해 설계를 하는 일이다. 네이버 메인페이지를 보면, 메인페이지에 넣을 컨텐츠를 선정하고 배열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프로토타이핑 :
UI가 동작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UX리서치나 UI설계&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결정해야한다면, 문서가 아닌 실제 동작하는 환경에서 검토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할 것이다. 디자인 결정을 위해 완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러 개 구현하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인 듯한" 것을 만들게 된다. 제품 디자인에서 모크업(Mock-up)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유다.

여기서 꼭 언급해야 할 것은 이러한 업무들은 기존의 회사 부서에서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 내 UX부서가 생기면서 새로 생겨난 업무가 아니고 UX 전공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UX부서가 다른 부서와 업무적 차별화가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 내 UX부서는 개발과 디자인을 잇는 중간자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특정 기술이 요즘 인기인데, 개발조직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 대응하지 않고 디자인 조직에서는 그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어 해당 기술을 반영한 디자인을 하지 않을 때, UX부서가 그 둘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UX리서치와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이 기술은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다”라고 의사결정을 받아주고 UX설계를 통해 디자인의 UI조직에게 “이런 형태로 예쁘고 감각적으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역할이 대부분 보고와 직결되어 있어 문서작업이 대부분이다. 조직 내 의사결정을 목적으로 하는 문서작업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 그리고 지식이 많이 필요한 정량 연구보다는 정성 연구가 주로 이루어진다. UX 부흥 초기, 약 2010년 전후로 정량연구를 하기 위해 사이언스 기반의 연구자들이 기업으로 많이 유입되었으나, 현재는 그 맥이 거의 끊긴 상태다.​

UX디자인이라는 것이 하나의 분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고, 디자인계 발전에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리매김의 형태가 디자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보다는 조직 내 의사결정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어느 회사에 근무했거나 개인의 역량을 측정할 수 없는 거대 프로젝트의 일원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결과를 보면 사용자 경험을 제대로 디자인했다고 결론내기 어려운 프로젝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결국 현재 대다수 UX 전문가들은 권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위에 탑승하는 형태를 주로 가지고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서 집중해 커리어패스를 생각하면 사회적인 성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이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어서 이 내용만 가지고 가치관을 결정하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관점의 조언을 듣기를 바란다.

[글: 하상범 디자인 스타트업 로캣디자인(www.rocatdesign.co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