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로 에이즈 치료 새 길 열려

- 유전자가위로 면역반응 피하는 방법 찾았다...에이즈 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법에 적용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단장 연구진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 or CRISPR Cpf1)의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을 새롭게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자르고 교정할 수 있는 도구. 미생물의 면역체계에서 유래한 DNA 절단 시스템으로 gRNA가 교정할 염기서열을 인식하면 Cas9 단백질에 의해 DNA가 절단되는 원리다. Cas9 단백질 대신 절단효소인 Cpf1가 결합된 크리스퍼 Cpf1 유전자가위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선천적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법 개발에 적용 가능하다.

연구진은 세포에 유전자가위를 주입 시 가이드 RNA(guide RNA)의 말단 인산(phosphate) 그룹이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세포 독성으로 인해 유전자가위의 유전자 변이 효율을 떨어뜨리며, 인산 그룹을 제거하면 변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인산 그룹(phosphate): RNA는 염기, 당, 인산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여러 개의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라는 조각이 모인 사슬구조다. RNA의 양 끝 방향은 5’, 3’으로 각각 표시하는데, RNA는 인간 세포 안에서 전사되어 생성되어 변이를 거치지 않을 경우 5’ 말단에 인산 그룹을 가진 상태로 존재한다. 변이를 거치면 5’ 말단은 인산이 아닌 다른 화학식을 가지게 되는 반면 바이러스 RNA와 같은 외부 뉴클레오타이드는 5’ 인산을 포함하는 형태를 계속 갖고 있어 인간 세포 내에서 외부물질로 인식된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결과는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출판(CSHLP)에서 발행하는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 IF=11.351) 온라인 판에 2월 23일 금요일 새벽 3시 발표됐다. (논문명: CRISPR RNAs trigger innate immune responses in human cells/ Genome Research. 저자정보: Sojung Kim, Taeyoung Koo, Hyeon-Gun JeeHee-Yeon Cho, Gyeorae Lee, Dong-Gyun Lim, Hyoung Shik Shin, & Jin-Soo Kim).

▲ 유전자가위의 구성성분인 gRNA의 말단 인산 그룹의 면역반응 비교. IBS 연구진은 유전자가위의 구성 성분인 gRNA의 말단 인산 그룹이 면역반응을 유도하여 세포 사멸을 이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림 1의 왼쪽과 같이 DDX58 면역 유도 수용체가 gRNA 말단의 5’인산 그룹을 외부 물질로 인식해 즉각 면역반응을 발동시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림 1의 오른쪽처럼 특정 효소로 gRNA의 말단 인산 그룹을 제거하면 면역반응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절단 효소인 Cas9과 결합시켜 복합체 방식으로 세포에 전달할 경우, 유전자가위의 변이 효율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유전자가위 구성요소 중 하나인 gRNA는 교정할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를 gRNA와 절단 효소를 복합체 형태로 만들어 세포에 주입할 때, 면역반응이 일어나 유전자 변이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에 주목해 gRNA의 말단에 붙은 인산 그룹이 외부물질로 인식돼 세포 내 면역반응이 유발되는 것으로 보았다. 유전자가위 복합체(RNP)는 표적 유전자의 염기를 읽어내는 gRNA와 정제한 절단효소 Cas9 혹은 Cpf1을 섞어 유전자가위를 혼합체 형태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복합체 형태의 유전자가위가 세포에 주입되면 DDX58 면역 유도 수용체가 gRNA 말단의 인산 그룹을 외부물질로 인식해 즉각 면역체계를 발동시킴을 확인했다. DDX58 면역 유도 수용체가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인자인 유형 Ⅰ 인터페론(type Ⅰ interferon)을 활성화시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원인을 파악한 연구진은 gRNA 말단의 인산 그룹을 제거해 면역반응을 피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gRNA를 세포에 주입하기 전에 인산을 분해하는 효소를 처리해 외부물질로 인식될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산 그룹이 제거된 gRNA와 절단 효소를 결합해 유전자가위 복합체 형태를 만든 뒤 이를 유전자 교정 효율이 낮다고 알려진 T 면역세포에 주입했다. 인산 그룹이 제거된 유전자가위를 T 면역세포에 적용하자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세포내 면역반응을 피해 세포사멸을 최소화하는 유전자가위 복합체 도입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인산 그룹이 제거된 유전자가위를 T 면역세포 내 CCR5 유전자에 적용해 95% 변이 효율을 달성했다. CCR5 유전자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이하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인 HIV의 수용체로 알려져 있다. 

CCR5 유전자: HIV 바이러스의 수용체로 T 면역세포와 함께 HIV 바이러스 감염의 주요 역할을 한다. 2007년 독일에서 HIV 감염자가 백혈병으로 인해 골수 이식을 받은 후 체내 HIV 바이러스가 더 이상 검출되지 않은 바 있는데, 이 때 CCR5 유전자의 염기서열 32개가 없는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은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CCR5 유전자의 길항제 사용 등 HIV 감염 치료의 타겟으로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에이즈 환자의 T 면역세포의 CCR5 유전자를 제거하면 면역세포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HIV 감염에는 저항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세포 치료법의 활용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면역반응을 피하는 유전자가위 복합체 전달 방식을 개발해 T 면역세포의 CCR5 변이를 높은 효율로 유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향후 T 면역세포를 몸 밖으로 꺼낸 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CCR5 유전자를 제거하고 재주입하는 방식의 에이즈 세포 치료법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gRNA 말단의 인산 그룹을 제거하는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사전 공정으로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효율 높은 gRNA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에이즈 세포치료제 등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는 다양한 치료법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