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가상화폐, “한국발 혁신을 찾아야 한다”

 

▲ 위정현 중앙대 교수
요즘 세간에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의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가상화폐란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장난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다“ 그러자 정재승 교수는 이렇게 반박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플랫폼이라서, 암호화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블록체인 활용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게 된다”

나는 두 사람의 논쟁(?)을 보면서 반성과 함께 절망감을 느낀다. 이런 것은 ‘논쟁’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는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가 바다이야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심각할 타격을 받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기억 때문에 가상화폐를 인간의 탐욕의 결과라고 주장한다면 그 인식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정재성 교수는 블록체인에 대해 유시민 작가가 모른다고 하지만, 그 역시 모르는 것은 똑 같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전혀 다른 기술이자 개념이라는 것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가상화폐의 개념은 1997년 한국 리니지의 아덴에서 시작되었다. 요즘은 이러한 가상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되면서 보안적 안정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한국 정부의 무능과 무지함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형 혁신의 길을 찾다’의 서문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최근 한국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와 고려시대 금속활자의 비극은 오버랩 된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혁신적 모델을 구축했음에도 개화하지 못하고 해외에서 개발된 모델이 다시 한국에 진입해 각광을 받는 ‘문화적 사대주의’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 지금 IT 강국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가상화폐 ‘아덴’은 지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상화폐의 기원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비트코인의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2003년에 논문 ‘온라인게임의 진화와 아이템 거래의 미래’에서 제시한 가상화폐와 가상경제의 모델이 지금 글로벌 사회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 논문에서 적은 바 있다.

또한 “온라인게임이 오락의 수단(tool) 이라는 점에서는 콘솔게임이나 PC게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은 가상의 경제 행위(cyber economic activities)가 이루어지는 장(場) 이라는 점에서 기존 게임과 획을 긋고 있다. 만일 온라인게임이 단순히 ‘게임산업’ 만의 의미라면 그것이 현실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경제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이라면 그것은 현실 경제와 다른, 또 하나의 경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된다. 사이버 경제는 현실 경제(real economy)와 연관되어 현실 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고 견인한다. 이점에서 온라인게임은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온라인게임은 단순히 게임이 아니며 가상재화(아이템) 거래 역시 단순한 아이템 거래가 아니다. 향후 온라인게임은 가상의 경제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으로 진화할 것이며, 아이템 거래 역시 디지털 자산의 거래로 확대될 것이다.”

▲ 출처: Pixabay

리니지의 아덴은 가상화폐로 기능했고, 게임 내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한 가상경제의 맹아가 한국에서 태동하고 있었다. 1998년 아덴은 지역화폐와 유사한 초기 형태로 등장했다. 그 후 다양한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면서 가상화폐 역시 다양화되었다. 각각의 게임들은 메소, 제니 등 나름의 화폐를 발행하고 있었고, 사용자들에 의해 흔히 채굴이라 불리는 게임 화폐를 생산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화폐는 현실의 화폐와 교환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원화와 가상의 화폐인 ‘게임 머니’가 실시간으로 교환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카카오뱅크라는 인터넷 은행과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에 열광한다. 그러나, 한국이 15년 전에 가상화폐와 더불어 카카오뱅크와 빗섬이 결합된 원시적 모델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금속활자’와 같은 놀라운 도구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은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2010년 1만 비트코인으로 최초로 구매한 상품은 피자 두 판이었다. 지금 1만 비트코인은 약 400억 원이기에 피자 한 판은 200억인 셈이다. 그런데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구매한 그 시기에 한국에서는 이미 가상화폐와 가상경제라는 새로운 혁신이 자리 잡고 성장하고 있었다. 2012년 당시 놀랍게도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 규모는 약 1조5천억 원으로서 추정되고 있었다.

그즈음 내가 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의 가상화폐와 가상경제에 대해 외국학자들은 이렇게 질문했다. 

“왜 현실에서 아무런 사용가치도 가지지 못하는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가?” “현실적인 파급력은 어디까지인가?” 

2000년대 중반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가 가상재화 거래를 비난하고 있을 때 외국 학자들은 진지하게 질문하고 있었다.

지금의 가상화폐는 실제화폐의 역사로 본다면 지역 통화 발행의 수준이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은 “1694년 W. 페터슨의 제안에 따라 설립된 최초의 주식회사 형태의 은행으로, 프랑스와의 전쟁비용 조달에 바쁜 윌리엄 3세의 재정난 해소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에 따라 자본금 120만 파운드를 그대로 정부에 대출하는 대가로 그와 동액까지의 은행권 발행의 권한을 차지하였다.”고 한다. 17세기만 해도 영국 각지의 지역은행이 독자적으로 통화를 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보안성이다. 정재승 교수는 블록체인이 가상화폐의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블록체인이 없어도 가상화폐는 작동할 수 있다.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임에도 여전히 보안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그것을 보여준다. ‘위조지폐’가 바로 미국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이다. 

가상화폐는 보안성이 ‘완전’하지 않아도 작동할 수 있다. 최근 박상기 법무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은 얼마나 한국 정부 역시 얼마나 디지털 세계, 인터넷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분들에게 한국의 온라인게임 기반의 가상경제 구조와 가상화폐의 역사를 공부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어떻게 한국 정부가 ‘한국발 혁신을 말아 드셨는지’도 함께.

[위정현 중앙대 교수, 한국게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