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2가지 산업…‘3D VFX’

- 미국 내 VFX 제작비 상승으로 해외 이전...한국 로커스 스튜디오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와 같은 작품 시도 주목해야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산업 두 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생리이지만, 전도유망한 분야 중에서 지난 10년 사이에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대표적인 산업으로는 ‘바이오-화학’과 ‘3D VFX’ (Visual Effects, 특수시각효과)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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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미네이터 2 티저 영상 화면 캡처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산업 두 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이치이지만, 전도유망한 분야 중에서 지난 10년 사이에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대표적인 산업으로는 ‘바이오-화학’과 ‘3D VFX’ (Visual Effects, 특수시각효과)를 꼽고 싶다.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산업 두 가지 중 두 번째 이야기는 CG(Computer Graphics) VFX(Visual Effects) 산업 이야기다. 지금까지 살면서 “우와 이런 것이 다 있어?” 라고 놀란 일 중 하나가 1991년 개봉한 터미네이터 2의 CG VFX다. 영화 속에서 경찰로 나온 T-1000의 머리가 금속꼬챙이로 변하는 신(scene)을 보면서, “아 이것은 미친 기술이다” 하면서 보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꾼 큰 획을 그은 것 중 하나가 VFX 기술의 발전이 아닌가 싶다. 진정한 첨단기술 중 하나라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지만 왜 실리콘밸리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일까?

지난번 첫 번째로 언급했던 ‘바이오-화학’ 분야와 같은 유사한 행보를 보여 온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는 기존 시장에 없던, 혹은 개선된 서비스가 생기고, 성장 가능성이 보이면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 

그로 인한 성공에 따른 이익을 분배하고, 이를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는 것을 이상적으로 치는데. 초창기 VFX의 신기함과 테크놀러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상향평준화 되고, 더 나은 비주얼을 보이기 위한 인적자본의 투입이 점점 커지면서 기존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작은 팀의 개념을 넘어서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이른바, 아이디어로 적은 인원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 많은 이들이 더 나은 작품을 위해 참여해 제작해야하는 제작비용의 급증으로 인한 수익구조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컴퓨터 그래픽과 기술을 이용하는 게임 산업과 스튜디오들은 여전히 실리콘밸리와 미국 내에서 많은 성장과 발전을 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마치 덩치 큰 육식공룡과 악어 중 누가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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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 3 포스터

미국 내 VFX 산업이 승승장구하다 변곡점을 맞이한 두 번의 큰 계기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였다. 특히 스파이더맨 3는 336M(한화 약 3600억 원) 이라는 큰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256M(한화 약 2700억 원)이란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것에 비교해 수입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는 점점 미국 내 VFX 제작비가 상승하게 되고, 헐리우드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큰 부담이었다. 

여기에 결정타는 2008년 미국 경제위기 때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이때 많은 영화들의 제작 취소, 연기가 이어지고. 올라가는 제작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업계는 다른 해결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탈 미국이었다. 더 이상 미국에서 세금 낼 것 다 내고, 이 많은 인력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 제작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산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결국, 캐나다, 유럽, 아시아 등에 해외 법인을 내고 스튜디오를 옮기게 되는데, 상향평준화 되어가는 VFX 기술의 신기술과 산업을 유치, 발전하고자 하는 해외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각종 세금혜택을 받자 미국 내 많은 스튜디오들이 이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만 제대로 만들 수 있다던 VFX가 더는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다른 데서도 그 수준까지, 혹은 조금 못 미치지만 적은 비용으로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생겨난 것이다.

VFX 스튜디오가 즐비했던 LA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의 많은 스튜디오들이 문을 닫거나, 점차 해외로 이전하게 되었고. 지금은 확실한 아이콘인 스튜디오(디즈니-픽사-ILM 등) 정도만 남아서 운영하고 있다. 남은 스튜디오들의 공통점은 작품이 흥행에 실패해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지닌 모기업이 있다는 점인데. 이런 미국의 아이콘 같은 회사 몇몇만 남고. 미국 내 VFX 산업은 해외로 나가버리게 되었다.

‘오늘의 일등이 내일의 꼴찌가 되고, 오늘의 꼴찌가 내일의 일등이 된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많은 점을 일깨워준다. 산업에도 흥망성쇠가 있다. 미국 내 VFX산업이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만, 그 영광을 지속하기엔 결국 비용 문제로 인해 사라져 흔적만 남은 실라칸스(Coelacanth)가 되었다. 

그렇다고 이 산업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기술은 더 발전할 것이고. 우리가 터미네이터2를 보면서 놀랐듯이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또 다른 신 VFX 기술이 미국 어디선가 생겨나 우리를 놀라게 할지 모른다는 확신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때가 언제일지 모를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이러한 미국 내 VFX 산업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하나의 기회로 삼아야 산다. 한국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적지 않은 VFX 회사들이 생겨났고. 거기에 중국시장까지 노리며 활동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났다. 중국의 대대적인 자본 투자로 한국 VFX 스튜디오에 일감이 몰리고 발전하는 데에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A급은 아니지만, 이 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B+급의 VFX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싸고 빨리 적당히 괜찮은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한국 VFX의 살길이냐?” 라고 묻는다면 난 “맞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 작은 나라에 VFX 스튜디오 여러 개가 있다는 점도 놀랍기도 하고. 괜찮은 퀄리티를 내는 것도 솔직히 신기하다. 지금보다 좀 더 제작인력의 수급이 원활하다면, 시장타깃을 캐나다 밴쿠버 또는 몬트리올이나 영국 런던 등 유럽 어디로든 해외로 더 공격적으로 늘려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력 수출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한계점이 올 수밖에 없다. 늘 얘기하듯이 고부가가치의 오리지널 컨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구조로 진화해야 하는데. 한국 산업계의 습성으로는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로커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Red Shoes & the 7 Dwarfs)’와 같은 작품 시도는 성공 유무를 떠나 그 행보를 깊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라푼젤'의 라푼젤, '겨울왕국'의 안나와 엘사, '빅 히어로'의 히로와 '모아나'의 모아나를 만든 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이 지휘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글 박귀호 (실리콘벨리 IT기업에서 개발자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