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산업 2가지…‘바이오-화학’

- 자본과 산학연계, 인력 등 환경이 실리콘밸리보다 나은 보스턴-샌디에이고(Boston-San Diego)로 이동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산업 두 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생리이지만, 전도유망한 분야 중에서 지난 10년 사이에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대표적인 산업으로는 ‘바이오-화학’과 ‘3D VFX’ (Visual Effects, 특수시각효과)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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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Pixabay(픽사베이)
첫 번째로 바이오-화학(좀 더 바이오에 포커스 된)을 얘기하고자 한다. 비즈니스계의 거물들이 항상 얘기하듯이 바이오는 예전부터 황금알을 낳을 신사업으로 각광 받아왔다. 신약과 같은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벌어들이는 수익 자체가 엄청나기 때문에 많은 곳에서 주목하고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 

이곳 실리콘밸리에도 바이오 그리고 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과거에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기업, 테라노스(Theranos)는 스타트업으로는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던 곳이다. 다만, 테라노스 CEO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의 사기 놀음에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으며, 그 몰락의 충격은 많은 곳에 영향을 미쳤다. 

이곳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의 문제는 인력수급과 유지, 긴 개발기간으로 인한 개발비 확보, 수지타산과 펀딩 유치와 회수에서 문제점이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테라노스와 같은 공룡 스타트업을 열외로 하고,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는 긴 개발기간 때문이다. 

설령 펀딩에 성공하더라도 많은 바이오 기술 업체들이 평균 1~2년의 자본금과 운영비를 가지고 회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후속 펀딩과 자본회수가 불가능한 점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유독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기금을 보조 받더라도 살인적인 물가와 인력들이 사라진 이곳 보다는. 클러스터가 형성된 보스턴-샌디에이고로 이동하는 대세가 굳어져가고 있다.

더욱이 바이오-화학 분야의 인력들은 말 그대로 고급인력 중의 최고급 인력들이다. 학·석사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적어도 박사는 기본이며, 포닥(Post-Doc, 박사후과정)까지는 해야 “일 좀 하겠구나”라는 소릴 듣는 곳이다. 이런 고급인력들의 임금 또한 만만치 않다. 또한, 이러한 고급인력을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개발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점이 바이오-화학 스타트업들이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힘든 환경을 만든다. 

바이오-화학 관련 기업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나와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가지고 스타트업을 실리콘밸리에 차리고 운영하기엔 힘들다. 스타트업이지만 운영비용을 펀딩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내 벤처나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식의 형태로 구체화 되다 보니 이 분야 스타트업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져 가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바이오-화학 스타트업-벤처들의 경우 신약보다는 특정 기술개발 내지는 하드웨어 산업으로 집중되어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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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The American Society for Cell Biology (미국세포생물학회)
산·학 벤처가 또 하나의 특성이기도 하다. 매년 미국 내 바이오전공 대학원생은 8만 6000명에 포닥 3만 7000명~6만 8000명이 공급되는 데 반해 사진 자료에도 나와 있듯이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인력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포닥으로 학교 연구실에서 저임금(비교하자면)으로 연구하는 인력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그나마 연구실에라도 취직하거나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적지 않은 바이오-화학 대학원생들이 의과대학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 분야가 공부하는 것이 엄청 힘들다고 하는데도 이리 많은 인원이 파고든다는 점이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다면 엄청난 자본을 가지고 버틸 수 있는 대기업만이 바이오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런 대기업들은 왜 실리콘밸리를 떠나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이 분야에서 긴 시간 동안 투자를 해가며 개발하기에는 운영비용이 실리콘밸리가 타 지역에 비해 더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비용이 싼 곳을 찾아 네바다 사막으로 갈 수도 없다. 고급인력들이 그곳으로 올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본과 산학연계, 인력, 환경 등 모든 것이 절충해서 클러스터가 형성된 곳이 바로 보스턴-샌디에이고(Boston-San Diego)다. 또 다른 문제는 규제다. 실험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리고 실험의 범위 또한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기에 핵심 연구는 보스턴-샌디에이고 지역에서 하고 좀 더 하급, 내지 미국 법률상 문제가 될 소지가 많은 분야의 연구는 해외로 아웃소싱해서 돌리는 상황이 되었다.

바이오 자체는 분명 황금알을 낳는 대표적인 신사업 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다만 실리콘밸리와 같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곳에서는 문제가 된다고 본다. 씨를 어디에 뿌리느냐의 문제인데, 이곳 실리콘밸리는 이 분야를 꽃피우기엔 척박한 땅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자본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다. 미국 어디선가, 어느 차고에서 미치광이 바이올로지스트(Biologist)가 기적의 발모제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일 것을.


글 박귀호 (실리콘벨리 IT기업에서 개발자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