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네안데르탈인 DNA, 알레르기와 우울증 위험 증가

Neanderthal
▲사진 출처: flickr(suchosch, Neanderthal Museum).

현대인의 유전체 속에 숨어 있는 네안데르탈(Neandertal)인의 유전자가 알레르기와 우울증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많은 현대인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것은 180만 년 전부터 10,000년 사이의 지질 시대인 신생대 빙하기 제4기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Epoch)에 현대인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과 밀회를 즐긴 잔재로, 현대인의 건강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가? 어쩌면 그것은 당신 몸속에 숨어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DNA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은 지금으로부터 약 5만 년 전, 유럽 또는 아시아에서 이 고인류(archaic people)와 만나 짝짓기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그때 밀회(secret love affair, 密會)를 통해 물려받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의 건강과 복지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 왔다.

이제 과학자들은 <Science>지 2월 11호 737페이지에 기고한 논문 <The legacy of human-Neandertal interbreeding>을 통해 그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과학자들은 강력한 방법을 이용, 미국인 2만8,000명의 전자건강기록을 스캔하고 분석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변이체 중 일부가 우울증, 피부병, 혈전, 기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고유전학 스반테 파보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모두 나쁜 건 아니다. 그것들은 때로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때로는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일찍이 두 건의 다른 선행논문들은 '3개의 고인류 유전자들이 면역반응을 증강시킨다'고 보고한 바 있다. 사실 현대인의 유전체 속에 잔존하는 고인류의 유전자들 중 대부분은 선사시대에는 유익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일부 유전자들이 질병을 초래하는데, 그 이유는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환경이 그대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미량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현대인의 건강에 두드러지는 영향을 미친다. 파보 박사는 "현대인에 대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기여는 지금껏 단순히 생각해 왔던 것보다 더 강력한 생리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의 고유전체를 시퀀싱함으로써 이 계통의 연구를 시작했지만, 이후의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평균적으로 볼 때,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은 유전체의 1.5%를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 받았다. 그리고 아일랜드 멜라네시안들은 유전체의 2~3%를 추가로 다른 멸종인류인 데니소바인(Denisovans)에게서 물려받았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아프리카인들은 이 같은 고인류 DNA가 부족한데, 그 이유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후 고인류와 현생인류의 이종교배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계산생물학자들은 몇 명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체와 한 명의 데니소바인 유전체를 ‘1,000 게놈 데이터베이스(1000 Genomes database)’의 유전체와 비교해 유럽과 아시아에 거주하는 현생인류에게서 1만2,000개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찾아낸 바 있다. 자료: (Neandertal Shadows in Us).

과학자들은 그 중 몇 개의 기능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었는데, 그중 일부는 면역계, 또는 피부나 모발의 발달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유전자들의 정확한 기능을 알아내려면 조직이나 동물모델을 이용해 고가(高價)의 유전자발현 연구를 수행해야만 했다. 자료: (Of mice and men).

획기적인 연구는 워싱턴 대학교의 인구유전학자 조슈아 아키 박사와 밴더빌트 대학교의 진화유전체학 토니 카프라 박사가 각각 독자적으로 ‘eMERGE(Electronic Medical Records and Genomics) 네트워크’라는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변이체를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가능해졌다. 자료: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eMERGE는 미국의 9개 도시를 연결한 컨소시엄으로,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를 그들의 의료 데이터베이스(코드화된 질병진단 기록)와 연결시켰다. 따라서 eMERGE를 이용하면, 과학자들은 수만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유전자와 증상 간의 상관관계를 추적할 수 있었다.

아키와 카프라는 힘을 합쳐, 유럽계 조상을 가진 성인 2만8,416명으로부터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해, 6,000개 이상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검색했다.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DNA 조각들을 찾아낸 후, 두 사람은 통계분석을 이용해 '고인류 유전자 변이체'와 '특정 질병 또는 형질' 간의 상관관계를 계산했다.

그 결과, 12개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들이 몇 가지 질병의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특정 유전자 변이체는 혈액의 점성(粘性)과 응집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유전자에는 어떤 이점이 있었을까? 네안데르탈인이 위험한 동물을 사냥하거나 큰 머리를 가진 아기를 낳은 후 피를 많이 흘렸을 때, 피가 빨리 응고되어야 죽음을 말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이는 혈전생성과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었지만, 선사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젊어서 죽었으므로 그럴 일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은 많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들이 신경질환(예: 우울증 – 일주기성이 교란될 경우 발생할 수 있음)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어떤 유전자 변이체는 광선각화증(actinic keratoses)이라는 전암성 피부병변(precancerous skin lesion)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카프라는 "네안데르탈인의 뇌화학(brain chemistry)과 피부반응은 선사시대 유럽의 일조량 및 생활습관에 맞도록 적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공광선을 사용하므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적응성이 저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프라는 이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중에는 티아민(비타민 B1)의 수송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것도 있는데, 티아민은 위장관 세포에서 탄수화물을 대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의 식단에는 고기와 견과류가 풍부해서, 티아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공식품을 먹는 현대인들은 티아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어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그들에게 영양실조의 소인(disposition, 素因)을 제공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이번 연구에서는 요실금, 방광통, 요로장애 등과 관련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발견됐다. 그리고 니코틴 탐닉과 관련된 단일염기변화로 인해, 담배중독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제2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현대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 달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에 실린 2편의 논문에서는 3개의 고인류 유전자가 발표됐는데, 이것들은 선천성 면역반응(innate immune response)을 증강시켜 세균, 진균, 기생충에 대한 방어를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한 연구를 지휘한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재닛 켈소 박사(계산생물학)는 "3개의 유전자는 모두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에게 강력히 선택되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연구를 지휘한 파스퇴르연구소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루이스 퀸타나-무르시 박사(인구유전학)는 "3개의 유전자가 미묘한 방법으로 합세하여 백혈구 표면의 TLR(toll-like receptor)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선천성 면역반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상에서 열거한 사례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유력한 가설은 "현생인류가 새로운 환경에 진입해 새로운 병원체를 갖게 됐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호미닌(Hominin·사람과에 속하는 인류와 그 조상 그룹)으로부터 유익한 유전자를 골라냄으로써 진화적 지름길(evolutionary shortcut)을 택했다(Revolution in human evolution)"는 것이다. 퀸타나-무르시는 "현생인류는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종이나 집단에게서 다양성을 차용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가 중독과 유럽에 도착하기 전, 20만 년 이상 그곳에 살면서 환경에 적응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의 면역관련 유전자는 플라이스토세에 유익했고, 오늘날에도 열악한 조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익하지만, 기생충을 거의 갖지 않은 미국과 유럽의 국민들에게는 아무리 강력한 면역반응이라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켈소에 의하면, 고인류의 수용체 유전자는 알레르기와 강력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퀸타나-무르시는 "오늘날 현대인이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면역반응이 증강될 때 자가면역반응, 염증,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알데르탈인의 유전자가 그들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UCLA의 계산생물학 스리람 상카라라만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이 우울증이나 피부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해서, 그들이 당시에 우울증을 겪거나 피부암에 걸렸을 거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카프라 박사는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보다 많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현생인류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지고, 현생인류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가 수십만 명으로 확대될 경우, 좀 더 많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우리 몸 안에서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Science


Photo-Neandertal-Science (1)※ 참고. 네안데르탈인의 숨은 전설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유전자들은 전신에 영향을 미치며 특정 질병의 발병위험을 높인다. 그러나 일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들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데, 면역계를 증강시키는 것이 그중 하나다. 

뇌: 우울증, 담배중독/ 림프절: 면역력 증강/ 피부: 전암성피부병변/ 심장과 혈액: 과다응고/ 위장: 영양실조/ 신장과 요도: 요로장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등재된 양병찬 번역가의 글을 다시 정리해 옮겨 싣는다. 양병찬 약사/과학 전문 번역가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을 공부했다. 현재 약국을 운영하며 의학, 약학, 생명과학 분야 등 과학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매주 포스텍(POSTECH)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 엄선해 번역 소개한다. 최근 번역 출간한 책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2017.08.09), '핀치의 부리'(2017.03.08.), '자연의 발명'(2016.7.11.)을 비롯해 ‘나만의 유전자’,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매혹하는 식물의 뇌’, ‘곤충 연대기’,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 남는다’, '센스 앤 넌센스', ‘비처방약품치료학’, ‘커뮤너티파마시’, ‘리더에게 결정은 운명이다’, ‘잇 앤 런’,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