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신뢰기술’이 새로운 사회 만든다

-“블록체인 거번먼트는 다가올 P2P 세상과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책이다.”

모든 정부는 ‘정보의 인터넷’을 뛰어 넘어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치의 인터넷’을 활용할 역사적인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블록 체인 거번먼트>는 이러한 전환에 주목한 첫 번째 책이다. 대한민국은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걸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 <블록체인 혁명> 저자 돈 탭스콧(Don Taps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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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새로운 가치의 시대, 블록체인이라는 ‘신뢰기술’로 무장한 개인들의 연대가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소개된 이후, 세계 경제구조를 재편할 개념으로 급부상한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산업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류의 생활 형태를 바꿀 변화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대선에서도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었지만 4차 산업혁명이 그리는 급격한 변화의 청사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블록체인’을 꼽고 있지만, 겨우 ‘비트코인의 기반기술’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 ‘블록체인’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최근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라 밖의 움직임은 이미 관심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각국 정부들은 약 100여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 토지대장 관리 시스템, 투표시스템, 의료정보 관리시스템, 은행간 거래 청산 시스템, 외환거래시스템, 정부 문서관리 시스템, 수출입 원장 관리시스템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종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아예 ‘블록체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발표되었다. 도대체 블록체인이 어떤 기술이기에 각국 정부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을까? 그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를 보장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블록 체인 거번먼트>의 저자 전명산은 블록체인을 인류 사회의 세 번째 ‘신뢰기술’로 정의하고, 이 신뢰기술이 개인들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국가나 정부와 같은 공적 영역까지도 모두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명산은 이 책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구조와 사회적 의미를 설명하고 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상세하게 기술한다. 나아가 기술에 대한 이해에 그치지 않고, 당면한 과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냉철하게 짚어 나간다.
 
블록체인은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기반기술로 등장했다. 그런데 <블록 체인 거번먼트>에서 저자는 블록체인이 단순히 ‘암호화폐’를 만들어주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관료제와 같은 조직을 대체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관료제가 담당하는 기능들 중 상당 부분을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이 대체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1장에서 현재 각국 정부들이 진행하고 있는 백개에 가까운 프로젝트들을 상세하게 살펴봄으로써 정부 행정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왜 정부가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일까? 전명산은 이것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적 기술’을 내장한 물리적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의 2장에서는 ‘사회적 기술’의 의미와 더불어 사회적 기술을 내장한 블록체인의 특징을 설명한다. 블록체인이 역사상 존재해왔던 어떤 기술보다 다른 점은, 블록체인은 ‘합의 알고리즘(Consensus algorithm)’을 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합의(Consensus)’란 개인들이나 단체, 조직 등에 존재했던 사회적 기술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그 작동 로직에 합의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사회적 기술을 내장한 물리적 기술이기에 짙은 사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3장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코드가 곧 법(Code is Law)’으로 작동한다는 로렌츠 레식 교수의 논지를 빌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법’적인 성격을 분석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합의 메커니즘을 통해 한번 확정된 데이터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s)’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반드시 실행되는 규칙(법)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위변조할 수 없는 법, 반드시 따라야 하는 위반할 수 없는 법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블록체인은 관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다.  

블록체인과 관료제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저자는 4장에서 관료제에 대해 색다른 분석을 시도한다. 기존의 관료제에 대한 평가나 비판은 도덕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에 집중한 나머지, 관료제가 사회 내에서 담당한 역할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관료제를 공동체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유통시키고 처리하는 역할을 전담하는 ‘정보처리 기계’로 정의한다. 세금을 계산하고 세금을 걷는 것, 주소지를 변경해주는 것, 주택이나 토지의 소유권을 변경해주는 것, 새로 태어난 아이의 이력을 등록하거나 사망자를 등록하는 것들은 사실은 정보를 처리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관료들이 이렇게 일상적인 정보처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천만 명이 살아가는 국가 단위의 공동체가 돌아가는 것이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최고 권력 기관이 오작동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최소한의 국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관료제가 일상적인 사회 메커니즘을 돌아가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관료제가 블록체인 기반의 자동화된 행정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 블록체인은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관료가 하는 일을 대체하는 과정은 이미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즉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서의 블록체인이 관료가 처리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지극히 당연하다. △두 번째, 관료제의 존립 근거는 법에 의해 정의되어 있고 또한 관료는 법에 정해진 바대로 일을 처리하는데, 블록체인도 이와 비슷한다. 블록체인이 처리하는 논리는 블록체인 내에 정의되어 있으며, 블록체인은 정의된 논리대로 정보를 처리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관료제의 특징은 정확하게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블록체인을 통해 인간이 운영하는 관료제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할 수 없는 시스템, 사전에 정의된 논리가 반드시 실행되는 법을 구축할 수 있으며, 따라서 관료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법 집행이나 의도적 위반 같은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투명하고 깨끗하고 확실하게 작동하는 행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구성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정부를 ‘블록체인 거번먼트(블록체인 정부)’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5장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왜 혁명적인 기술인지 설명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히 현존하는 정부 시스템을 그대로 대체하는 기술의 수준을 넘어, 개인들이 공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을 통째로 바꿀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것은 신뢰기술인 블록체인을 매개하여 개인들이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거나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기 전, 개인들의 거래나 약속은 늘 깨지기 쉬운 상태에 놓여 있었다. 예를 들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친한 사람들끼리 ‘계’를 만드는 경우, 종종 계주가 돈을 들고 잠적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이러한 사고가 아예 발생할 수 없다. 개인간의 거래나 약속이 반드시 실행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러한 개인간의 거래나 약속을 위반하는 경우 국가가 최종적인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한번 정해진 약속은 아예 위반할 수 없도록 만들어준다. 즉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고 거래하거나 협업할 수 있게 된다. 이 말은 곧 개인 간의 거래나 협업, 약속에서 국가와 같은 외부 기관이 필요 없어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미 비트코인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서로 알지 못하는 개인들이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중간자, 매개자, 보증인 없이 개인들이 직접 개인과 거래할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중간자, 매개자, 보증인 역할을 해온 것이 바로 은행, 보험사, 공증제도, 금융결제원,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사회적 장치 혹은 기관들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이와 같은 중간자, 매개자들의 역할이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현실화된다면 사회에 혁명과도 같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는 기존에 사회의 운영원리를 놓고 국가주의와 시장주의가 대립하는 구도에서, 진정한 개인들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제 3의 길’이 가능하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개인들의 연대가 현존하는 많은 기업들, 산업들 그리고 정부가 맡았던 역할의 상당부분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정부’의 실현은 곧 새로운 사회 질서의 확립, 혁명을 의미한다.

게다가 블록체인에 내장된 법은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서만 수정될 수 있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블록체인 내에 내장된 법을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수정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즉 모든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합의한 약속이 위반할 수 없는 법으로 저장되어 실행되며,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서만 그 법을 수정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해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는 이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이제 현실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러 데이터 위변조나 해킹에 의한 기계의 오작동 등은 단순한 재산상의 손해나 특정 개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량 살상을 일으키거나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위험이 상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변조할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주는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안전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기술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로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도입해야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저자는 7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장점과 더불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들까지 꼼꼼하게 다룬다.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의 깊은 이해와 합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발한 연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다. 블록체인은 아직 초창기 기술이며 해결해야 할 기술적·정책적 난제들이 많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만능인 기술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이 단지 기술의 발전과 도입으로만 끝나지 않고, 개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그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구조,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사용자들을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정책적 지원이 있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 정명산 | 출판사 알마 | 양장본 | 312쪽 | 210*148mm (A5) | 17,000원

[임정호 기자  art@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