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해부] 일자리 4.0과 직업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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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 베이거스(Las Vegas, NV)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가전 및 테크 전시회 ‘CES 2017(CES 2017,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에서 게리 샤피로(Gary Shapiro)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날의 혁신가들은 우리 삶을 더 좋게 바꾸기 위해 밤늦도록 장시간 일하고 있다”며 “어떤 면에서 그들은 우리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업계는 1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엔비디아(NVIDIA) 설립자 겸 CEO 젠슨 황(Jen-Hsun Huang)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첨단 그래픽칩(GPU)과 딥러닝, 자율주행자동차, AR/VR 기술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아우디와 협력을 통해 2020년까지 그동안 꿈꿔왔던 첨단 인공지능 차량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CES 2017은 전 세계 총 17만 5000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들에게 5G·자동차·의복·콘텐츠·헬스케어·스포츠·여행·스마트시티·AR·VR·로보틱스·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의 미래를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이 모든 기술들이 연결된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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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아마존(Amazon)은 CES 2017에 참가하지도 않고, 먼저 클라우드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Alexa)로 전 세계 시장을 거의 접수하며 기염을 토했다. 

알렉사가 탑재된 포드 자동차(Ford Alexa Integration, Alexa in the Car: Ford, Amazon Enable Shopping, Searching, Smart Home Access)는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자동차로, 포드 SYNC 앱 링크와 연동해 오디오북 청취, 내비게이션 조작, 음악 재생 등이 가능하며, 원격 도어 개폐는 물론 음성 명령을 통해 차량과 관련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포드 자동차는 물론 폭스바겐, 현대 자동차 등 완성차 제조사들이 앞 다투어 알렉사를 채용했다. 

또 행사장에는 알렉사가 탑재된 각종 전자 기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 하드웨어 기술 강자 레노버(Lenovo)는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레노보 스마트 어시스턴트(Lenovo Smart Assistant)’를 공개했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디지털 개인 비서로 잡음 제거 기능과 음향 반향 제거 기능이 있는 8개의 360도 원거리 마이크가 탑재해 최대 5m 거리에서도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다. 중국 화웨이 역시 신형 주력 스마트폰 아너(롱야오, Honor)9가 알렉사를 품었다. 스마트폰이 홈 가전과 자동차에 연결되는 등 사물인터넷 중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가전 제조업체로는 국내 삼성전자, LG전자와 월풀(Whirlpool), GE 등도 알렉사를 채용했다. LG전자는 알렉사를 탑재한 냉장고 및 스마트 미니 로봇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완구회사 마텔(Mattel), 손짓으로 모든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제스처 업체 빅시(Bixi)도 알렉사를 채용했다. 중국 제조업체 동방(TongFang)은 스마트TV 시장 공략 일환으로 알렉사가 적용된 파이어TV기반 4K UHD TV를 개발해 세이키, 웨스팅하우스, 엘러먼트 일렉토로닉스 브랜드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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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의 급격한 진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기반 제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중심에 사람이 있으며, 미래 일자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른바 독일에서 촉발된 제4차 산업혁명(Industrie 4.0)과 같은 맥락에서 ‘일자리 4.0(Arbeiten 4.0)’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각종 미디어들이 인공지능 기술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 일자리를 차지한다는 부정적인 예측을 내 놓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제조업 공장설비에서부터 주택, 의료, 교통, 도시, 에너지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과 로봇, 나노기술, 바이오, 드론, 자율주행차량, 3D프린터,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접목돼 생산능력과 효율을 극대화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분명 인류가 탄생 이래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살아 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지난해 1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 (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자리에서 오는 2020년까지 200만개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순전히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여타 기관 및 미래학자들 역시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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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aus Schwab WEF 2016. 사진=flickr.com

하지만 지난 세기 중반부터 시작 된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이 일자리 총량을 줄였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증기를 이용한 기계화로 상징되는 1차 산업혁명부터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시대를 연 2차 산업혁명, 전자정보기술을 이용한 자동화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을 살펴보면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즉 산업의 변화에 따라 직업이 이동했다는 얘기다.

미국 내 디트로이트 지역은 전통적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다. 미국 실리콘 밸리는 글로벌 IT 기업이 모여 있지만, 일자리 수는 디트로이트가 실리콘 밸리보다 10배나 더 많지만, 생산성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첨단 하이테크 산업에서 생산성이 올라가 사람들이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방증으로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지만 새 일자리도 만들어 내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 총량 자체가 아니라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는 직업교육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지난해 타계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2006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10년 15년 후 미래에 필요치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한국의 미래교육에 대해 매우 뼈아픈 지적을 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역시 그때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산업구조의 근본이 변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동인으로 지능정보기술을 기존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범 정부부처 차원에서 추진 중인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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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시한 <그림>에서 보듯 ‘지능정보기술’의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모바일(Mobile)을 들고 있다.

여기에 따른 고용 구조의 변화 대처 방안으로 자동화로 대체되는 업무 확대 및 신산업 분야 일자리가 발생됨에 따라 자동화 대상 직군의 재교육 등을 통한 사회적 재배치가 지능정보사회 고용의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의 역할은 자동화로 대체되기 어려운 창의적 감성적 업무로 집중되고 해당 인력에 대한 가치가 상승돼 기계로 대체되기 쉬운 정형적인 지적노동 및 육체노동에서 인간과 기계간 일자리 경쟁이 발생해 업무의 질과 대우가 낮아질 가능성 짙다. 물류·제조·마케팅 등 기업 기능이 플랫폼을 통해 산업간 경계 없이 적용되어 고용도 산업 전문성보다 기능 전문성 중심으로 전환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지능정보기술을 구현하고 다양한 산업에 지능정보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갖춘 전문 인재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분야별 전문 인재를 국내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기술 시장 경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암울한 일이다. 한마디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좋지만 실질적으로 내부 깊숙이 들어가 보면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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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사진=지멘스

그렇다고 넋 놓고 밀려오는 4차산업의 파고를 그대로 맞을 수는 없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하고 있는 지멘스의 사례를 통해 그 해법을 살펴보자. 

먼저 공장 자동화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지멘스는 그 비결을 ‘사람과 기계의 협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멘스의 암베르크 시에 소재한 ‘시스템 컨트롤러’ 생산 공장은 모든 시설이 ‘자동화’의 모범 답안으로 꼽힌다. 생산 직원은 25년 동안 직원의 충원이나 감축 없이 1200여 명의 직원이 그동안 생산성을 8배나 성과 끌어올렸다. 

암베르크 공장은 공장 자동화를 도입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초부터 기계에 ‘단순 노동’ 일자리를 넘겨주고 직원들은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받고 데이터 분석 등 R&D 업무로 전환했다.

독일 정부의 조치도 기업 못지않게 과감했다. 노동법을 개혁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높였으며, 직업 재교육 관련 예산도 크게 늘려 일자리를 꾸준히 창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특히 분야별 전문가들의  재교육 내용은 현장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었으며, 개인별 맞춤 교육과 기술의 변화 주기가 짧아지는 만큼 평생학습체제로의 전환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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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키바 사진=아마존

미국 또한 일자리 창출에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 중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1월 12일(현지시간) 오는 2018년 중반까지 미 전역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부터 엔지니어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물류센터에 자동화에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아마존의 이 같은 결정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 물류 자동화에 배치된 로봇은 40cm 크기에 무게 145kg, 시속 6km로 달릴 수 있으며, 나를 수 있는 무게는 약 300kg까지 가능한 배송 로봇 키바와 대형 팔레트를 이동할 수 있는 커다란 로봇팔 등 다른 유형의 로봇 등이 현재 4만5000개가 사용되고 있다.

또 하나의 걸림돌인 분야별 전문 인재를 어떻게 확보 하느냐이다.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등 전체적인 교육사슬을 잘 엮고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다. 심지어 인재 유출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정부와 기업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안으로는 우수 인재의 해외유출를 막을 수 있는 대안과 해외 유능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강구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와 있음을 인식할 때이다. 본 글은 KDI 나라경제 2017년 02월호에 게재된 ‘기술 변화 주기 짧아진 시대 평생학습체제로의 전환은 필수’ V1이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