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X-File 현실화…유전자 가위 억제하는 항-CRISPR 단백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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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X-Files Screen Shot.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DNA를 매우 간단히 변형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자편집 도구다. 올해 초 다시 방영됐던 TV 드라마 ‘엑스파일(X-File)'의 에피소드를 보면, 외계인들이 크리스퍼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무기로 지구를 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참고). 주인공 중 한 명인 다나 스컬리 요원은 그 공격에 저항하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유전체가 예전에 항-크리스퍼 방어체계를 보유한 외계인의 DNA를 통합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이 과학을 모방하되, 항-크리스퍼 방어체계라는 개념을 도입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꾸로, 과학자들이 '과학을 모방한 예술'을 모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위를 차단하는 ‘항-크리스퍼 단백질(anti-CRISPR proteins)’을 발견했으며, 그것을 이용해 인간세포에서 DNA가 절단되는 과정을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지난 12월 8일 ‘셀(Cell)’에 기고한 논문에서(참고),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분자생화학(molecular biochemist) 에릭 손테이머(Erik Sontheimer)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수막염균(Neisseria meningitidis)에서 유전자편집 효소인 Cas9을 저해하는 단백질 3개를 발견했으며, 그 작용 메커니즘까지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손테이머 박사는 "유용한 기술을 제어할 수 있으면, 그 기술의 유용성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손테이머 박사는 2008년 사이언스(Science)에 기고한 선구적인 논문에서(참고), "세균과 고세균의 면역체계인 CRISPR를 응용하여 다른 생물의 DNA를 편집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많은 연구팀들은 크리스퍼에 사용되는 유전자가위 Cas9을 이용하여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실험동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며, 심지어 유전자드라이브(gene drive)를 이용해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멸종시키려 하고 있다. 

이처럼 CRISPR는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실용적인 문제점과 안전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Cas9이 엉뚱한 DNA를 절단하거나 유전자드라이브가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막을 오프 스위치(off switch)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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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파지(phage: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캐런 맥스웰(Karen Maxwel)과 앨런 데이비슨(Alan Davidson) 박사(생화학)는 네이처(Nature)에 기고한 논문에서(참고), "Cas9과 다른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는 세균의 시스템에서, 항-크리스퍼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다른 연구팀들은 다양한 인공전략(예: 소분자, 빛)을 이용하여 Cas9을 차단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2007년 사이언스에 기념비적인 크리스퍼 논문을 발표한 기능적 유전체학 전문가 로돌프 버랭구 박사에 의하면(참고),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단백질들은 Ca9를 제어하는 자연적 접근방법(nature-driven approach)을 제공한다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버랭구(Barrangou) 박사는 "그것은 매우 강력하고 경탄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손테이머 박사는 "항-Cas9 단백질은 크리스퍼 기술을 조작하는 편리한 방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심오한 진화적 시사점을 던진다. 이 단백질들을 최초로 개발한 주인공은 파지들로서, Cas9을 기반으로 하는 세균의 면역방어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방법으로 진화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퍼 방어 메커니즘의 핵심은 '세균이 파지의 유전물질을 자신의 DNA에 통합시킨 다음, 나중에 파지가 다시 공격할 경우 파지의 유전물질을 이용해 파지에게 대항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수막염균(N. meningitidis)은 자신의 유전체 안에 항-크리스퍼 유전자를 보유하게 되는데, 그것은 유사한 파지와 새로운 파지의 공격을 방어하는 세균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항크리스퍼단백질(Acr)의 원리

bt1612_crispr▲쉽게 말해서, 항크리스퍼단백질(Acr)은 유전자가위 효소인 Cas9에 재갈을 물리는 단백질이다. Acr을 최초로 개발한 주인공은 파지(phage)들로서, Cas9을 기반으로 하는 수막염균(N. meningitidis)의 면역방어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방법으로 진화시켰을 것이다. 항크리스퍼단백질은 크리스퍼-Cas9을 제어하는 오프 스위치(Off-Switch)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손테이머 박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경고했다. 왜냐하면 현재 대부분의 연구팀들이 인간과 기타 복잡한 생물들의 세포를 변형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크리스퍼 시스템(CRISPR system)은 수막염균이 아니라 화농연쇄구균(Streptococcus pyogenes)에서 유래한 것이므로, 이번에 발견된 3개의 단백질들은 화농연쇄구균(S. pyogenes)의 Cas9을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테이머 박사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화농연쇄구균의 Cas9을 차단하는 단백질도 조만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손테이머 박사는 "이번 논문은 원리를 증명한 것이므로, 다른 Cas9 저해제(Cas9 inhibitor)들이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이제 그것을 찾아낼 차례다"라고 말했다. 출처:  Science 

위 글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등재된 양병찬 번역가의 글을 옮겨 싣는다. 양병찬 약사/과학 전문 번역가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을 공부했다. 현재 약국을 운영하며 의학, 약학, 생명과학 분야 등 과학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매주 포스텍(POSTECH)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 엄선해 번역 소개한다. 최근 번역 출간한 책 '자연의 발명'(2016.7.11.)을 비롯해 ‘나만의 유전자’,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매혹하는 식물의 뇌’, ‘곤충 연대기’,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 남는다’, '센스 앤 넌센스', ‘비처방약품치료학’, ‘커뮤너티파마시’, ‘리더에게 결정은 운명이다’, ‘잇 앤 런’,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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