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화문 현판 글씨 및 글씨체 여론수렴 공청회’를 보고

by 아이티뉴스 2012-04-27 21:29:05

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 한말글문화협회 인천지부장 ⓒ 아이티뉴스 [100년을 바라보는 e-교육신문 http://www.newsedu.kr] 지난 4.17.에 ‘광화문 현판 글씨 및 글씨체 여론수렴 공청회’가 문화재청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주제 발표는 먼저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가 ‘왜 광화문 현판 글씨를 한글로 바꾸어야 하는가?’란 제목으로 ‘門化光’은 죽은 현판이고 ‘광화문’ 살아 있는, 한글 시대에 걸맞은 간판이라며 논리적으로 차분히 알차게 발표하였다. 다음에 한자 쪽에서 한자교육추진연합회장 진태하 발표자가 ‘光化門은 新建이 아니라 復元이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는데, 요점은 ‘복원’이라는 것과 한자도 ‘국자(國字)’이기 때문에 한자 현판을 달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의 발표 내용은 주제에서 벗어나 한글학회와 단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자화자찬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오만불손한 발언으로 급기야는 방청석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시끄러운 공청회가 되고 말았다. 주최 측의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다.

1. 진태하 발표자에 대한 반론

반론1. ‘한글 현판 주장의 부당성과 비판’이라는 부분

진 발표자의 발표문을 보면 ‘복원’이라는 두 글자가 핵심이고 한글 현판의 부당성을 제시했다. ‘한글 현판의 부당성 비판’이란 글의 내용은 한글 현판 달기를 주장하는 이들의 글을 여기저기서 모아 일부 문장에 밑줄을 그어 트집을 잡고 비난을 한 것들이다. 그 내용들을 일일이 설명할 가치가 없어서 하나만 예를 든다.
발표문에 이대로 대표가 중국 학술 발표회의에서 ‘李大路’라고 탁상 명패를 한자로 써 놓은 사진을 보이며 “ ‘이대로’는 한글로 된 이름이라고 주장하더니, 중국에 가서는 ‘李大路’라고 名牌를 세워 놓은 것을 무엇이라고 변명하실까? 한글專用論者들은 대부분 表裏不同한 文字生活을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良心上 괴롭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힐난하여 한글을 연구하는 학자나 애용자들까지 비하하는 문장을 보면 학자의 글이라고 보기에 민망하다. 국제회의의 관례 정도는 그가 알 터인데 상대를 제압하려는 억지 정도로 보인다.

반론2. 진정한 문화재 복원
“「光化門」은 新建이 아니라 復元”이라는 진태하 발표자의 주장은 마치 한글학회나 한글단체가 ‘복원'의 뜻도 모르는 것처럼 발표문에 쓰고 있다. ‘신건(新建)’이란 요즘 쓰지 않는 용어 선택도 언어의 역사성을 거스른다. 국어 비전공자의 낱말 선택이다.
진 발표자는 이대로 대표의 발표문에서 “ ‘경복궁 안의 모든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 漢字를 버리자는 것도 아니다.’라고 대단히 아리송한 言及을 하고 있는가 하면, 또한 ‘광화문에 한자 현판을 달면 외국인들이 한글이란 빼어난 글자를 가진 우수한 문화민족으로 보기보다 중국 식민지였고 중국문화 곁가지 나라로 볼 것이 뻔하다.(중략)’고 言及하고 있으니, 論理의 矛盾 때문에 그 主張의 本旨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 내용이야 말로 중학생 정도면 다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한글 문장이다. 간단히 다시 풀어 말하면 “경복궁 안의 모든 현판을 한자로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는 복원 차원의 옛것을 인정한 것이다.
광화문만 한글 문패를 달아야 하는 이유는 광화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문이며, 경복궁에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고 광화문이란 이름도 세종이 지었다는 사실 등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 지금은 한글 시대라는 시대성 등을 뒤에 더 자세히 밝히고자 한다.
그의 발표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光化門」만 한글로 써 놓으면 外國人들이 韓國에 온 것처럼 느끼고, 中國文化의 곁가지로 보지도 않을 것이라니, 光化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勤政門」을 보았을 때, 곧 中國에 온 것으로 느낄 터이니, 그야말로 눈 감고 아웅하는 語不成說이 아닐 수 없다. 그 外國人이 또 「崇禮門」이나 「興仁之門」을 보았을 때 무엇이라고 느꼈을까. 漢字로 쓴 懸板만 보면 中國으로 느낄 테니 도무지 헷갈려서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숭례문, 흥인지문’을 비유한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 한글을 사랑하는 이들도 이들 현판을 한글로 고쳐 달자고 주장한 적이 없다. 정문 현판은 한글이고 경복궁 안의 현판들은 한자이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그의 주장은 광화문이 가진 우리의 문화적 특성과 상징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리 국민이나 외국 관광객에게 우리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리려면 과거와 현재의 글자 생활을 보여줄 수 있어야 문화재 가치가 있다. 정문 현판을 한글로 쓰면 우리의 으뜸 한글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며, 정문 한글 현판과 그 안의 한자 현판을 비교하여 지금은 한글 시대임을 알려줌으로써 그 우수성을 방문객에게 깊이 인식시킬 수 있다.
경복궁 안팎의 모든 현판을 한자로 할 경우 “이 나라엔 글자가 없느냐, 왜 모두 한자뿐이야! 중국과 같은 글자를 쓰는 나라인가?”라고 물으면 진 발표자는 한자도 엄연히 국자(우리나라 글자)다.”라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관광객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 궁금하다.

반론 3. 漢字도 한글과 더불어 儼然한 國字?
진 발표자의 발표문에 ‘5.漢字도 한글과 더불어 儼然한 國字’이기 때문에 현판을 한자로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글은 만든 사람이 밝혀진 세계 유일의 으뜸문자다. 그러나 한자는 그 역사가 수천 년 전이므로 누가 만들었느냐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민족이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학설이 분분하다. 한자의 기원을 유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일반적으로 3,300년 전 사용된 갑골문을 한자의 기원이 되는 글자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를 바탕으로 ‘갑골문자’를 동이족이 만들었다는 ‘山東大學의 劉鳳君’ 교수의 학설을 예로 들며, 진 발표자는 한자는 동이족이 만들었으니 한자가 국자(國字)라고 주장했다. 동이족이 바로 우리민족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漢字도 우리의 조상이 만든 지 모르고 남의 문자라고 주장하는 그들이야말로 못난 후손들로 불쌍히 여기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말도 함부로 했다.
갑골문자가 동이족이 살고 있는 쪽(중국 山東의 昌樂)에서 많이 발견됐다고 하여 한자를 동이족이 만들었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러면 ‘동이족=우리 민족’인가?
‘동이(東夷)’는 은나라 때 중원의 은(殷)을 중심으로 동쪽 이민족들을 가리켜 부르던 말이다. 맨 동쪽 끝으로부터 당시 이름으로 왜족은 ‘읍루’, 우리민족은 ‘한(韓)’, 중국 쪽의 예(濊)·맥(貊) 등을 모두 동이족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동이족 중에서 우리 민족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근거도 없이 한자도 ‘국자’라는 아전인수격 주장은 ‘일본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는 억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공청회 당일 방청객 마지막 질문으로 ‘한자가 국자라면 이를 입증하여 한자를 우리 글자로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록할 확신과 각오가 있느냐’고 물었다. 진 발표자는 즉답은 않고 한자를 동이족이 만든 것에 대해 아까 설명하지 않았느냐며 소리를 지르고 흥분하더니 반말까지 해가며 질문자를 모욕해 마지막에 그의 인품이 모두 드러나 버렸다.

반론4.「세종이야기」와 한글학회 비난
진 발표자는 ‘9.「세종이야기」의 오류투성이와 한글학회 비난’이라는 제목으로 ‘세종 이야기’에 쓴 한자가 잘못된 것을 자신이 고쳐 주었다면서 한글학회를 비난하며 자기 과시 발언을 했다. 그가 지적한 것은 ‘언해본’을 ‘해례본’이라고 잘못 쓴 것, 세종대왕 이름 ‘李祹’를 ‘李’라고 쓴 것 등이다. 이들 오류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한글학회 김종택 회장은 이것은 해당 기관(문화재청?)에서 한 것이며, 이들 글자에 대해 한글학회가 자문한 적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진 발표자의 말이 비난을 위한 거짓 발언임이 드러났다.

‘이밖에도 한글단체에 諮問하여 그르친 일이 많다. 또 한 例를 들면 한글단체가 建議하여 國會가 외국 손님을 맞이할 한옥을 짓고 명칭을 「允中齋」라고 한 것을 「사랑재」로 고치게 했다는 것이다. 「사랑재」가 도대체 무슨 뜻인가? 名稱에는 반드시 意味가 있어야 한다. ‘사랑(愛)’이란 뜻인지, ‘사랑(舍廊)’이란 뜻인지 國內人도 알 사람이 없는데, 외국인은 더더욱 모를 것이다. 한글학회 김종택 회장은 ‘사랑채’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안채’의 밖에 있는 집채가 ‘사랑채’인데, 옛날에 웬만한 집에는 다 있는 ‘사랑채’란 普通名詞를 집의 현판으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한글학회와 의논한 것들인데 요지는 국회 외국 손님맞이 집 이름을 「允中齋」라고 한자로 지었던 것을 ‘사랑재’로 고쳤는데, ‘사랑(愛)’이란 뜻인지, ‘사랑(舍廊)’이란 뜻인지 혼동되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주제에도 어긋난 내용이다.
손님맞이 한옥 이름이니 우리글자 한글로 쓴 것이고, ‘사랑’은 ‘사랑(舍廊)’의 뜻으로 쓴 것인데, 전통적으로 이것은 바깥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집채이니 건물의 이름과 용도가 상관성이 있어 적합하며, 한글로 써서 ‘사랑(愛)’의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면 모시는 손님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뜻으로 썼다고 너그럽게 해석하면 트집 잡을 일이 아니다.
서울시와 국가에서 진행 중인 ‘한글마루지’사업의 명칭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글단체의 諮問을 받아 「한글마루지」라고 名稱을 정했다는 것이다. ‘마루지’가 무슨 뜻인지 알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대청마루’의 마루인지, ‘용마루’의 마루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마루지’란 말은 國語辭典에도 없는 新造語인데, ‘지’는 ‘地’의 音인지 또 다른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이에 대해서는 ‘한글마루지’가 어떤 뜻으로 지은 이름인지 공부부터 하고 발표했어야 했다. ‘마루지’는 ‘마루+지’의 합성어로 지은 것이며, 위 발표자가 말하는 마루의 뜻 외에 ‘어떤 사물의 첫째, 기준, 중심’의 뜻이 있으며 ‘-지(址)’는 장소나 터를 의미하는 한자어 접미사다.(한글새소식 464호) 이는 국립국어원이 잘 지은 이름인데 한글학회를 트집 잡고 있다. 이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려면 ‘마루’의 여러 뜻만 알면 된다.
한글 쪽 이대로 발표자가 ‘한류 열풍과 함께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의 대학생들이 한글을 배우러 몰려오고 있다’는 말을 했더니 진 발표자는 대뜸 나무라는 말투로 ‘그건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것이지 한글을 배우러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려면 한글로 배워야지, 입말로만 배우나, 한자로 배우나? 참으로 딱한 장면이 많았다.
그밖에도 ‘4. 1968년 重建한 光化門에 대하여 6. 「光化門」의 深奧한 뜻은 漢字로 써야 알 수 있다. 7. 「光化門」 扁額과 任泰瑛 8. 한글로 썼을 때 招來되는 矛盾’ 등의 내용이 있으나 생략한다.

2.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아야 하는 까닭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아야 하는 첫째 이유는, 광화문은 우리나라의 대문이기 때문에 이 현판만은 한글로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문의 문패를 한자(중국 글자)로 다는 것은 우리의 주체성과 정체성의 문제이고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우리나라의 광화문은 중국의 천안문과 같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외국 관광객이 서울에 오면 우리 문화의 1번지 광화문을 정문으로 한 경복궁과 세종로 일대를 둘러보는 것이 필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와 서울시에서는 이 일대에 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명소로 더 발전시키기 위한 ‘한글 마루지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그 안의 근정전, 건춘문 등의 모든 현판은 옛것을 쓰더라도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현판은 한글로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는 광화문의 역사로 보아 세종대왕과 민족의 얼이 담긴 문이기 때문이란 점이다.
광화문은 세종대왕과 역사적으로 매우 깊고 의미 있는 관계에 있다. 세종대왕이 이 궁궐 안에서 한글을 만들었으며, 광화문이란 이름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지었다. 그래서 그 앞길이 세종로이며, 옆에 세종문화회관이 있고 정면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 바로 뒤에 광화문 현판이 있는데 이것을 한자로 써 붙인 것이 과연 잘 어울리는가? 또 대왕이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신다면 무어라 하실까?
광화문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에 자리 잡고 있는 경복궁의 정문이다. 경복궁은 조선 왕조의 법궁으로 1395년(태조 4년)에 창건하였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인해 불탄 이후 1865년(고종 2년)에 흥선대원군의 명으로 중건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이 궁을 강제 철거하고 조선총독부를 세웠고, 광복 후에는 중앙청이라 하여 우리가 정부 청사로 써 왔다. 그러다가 박정희 정권 때 광화문만을 콩크리트 건물로 복원하고 대통령 친필로 한글 현판을 달았다.(1968)
그 후 노무현 정부가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박대통령 때 지은 광화문을 헐고 다시 짓고, 고종 때 임태영이 쓴 한자현판을 디지털 복원했다며 바꾸어 달더니 석 달도 안 되어 금이 간 것이다. 한글단체는 복원 작업 당시부터 광화문 현판만은 한글로 달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내용으로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을 갖고, 건의문을 문화재청과 대통령에게까지 보냈으나 결국 복원도 아닌 짝퉁 한자현판을 은밀히 만들어 달더니 그 지경이 된 것이다.

21세기는 우리가 빠르게 도약하며 겨레와 나라가 급성장하는 희망찬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믿고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얼과 힘이 실린 한글이 진가를 발휘하며 앞으로 온 누리에 막강한 역할을 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광화문 현판의 역사는 세종이후 이미 박대통령이 친필 한글 현판을 닮으로써 한글문화의 시대를 열어 그 우수성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한자로 바꾸려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우리 문화의 단절이며, 이는 곧 후퇴를 의미한다. 새 한글 현판은 역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대한민국의 으뜸 문화재인 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더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위 칼럼은 아이티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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