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한혼용, 국어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철회하라
by 아이티뉴스 2011-09-22 09:56:12
[한국대표 문학신문=임정호 기자] 공문서에 한자를 혼용하고 초·중·고교의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어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두 건이나 발의되어 계류 중이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글 시대에 해묵은 국한혼용론이 불거지자 한글단체들은 지난 제헌절에 반대 성명을 내고 한자 부활의 움직임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현행 국어기본법 14조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것을 김광림 의원 대표 발의안(111명)에는 ‘……한글로 작성하되 한자어의 경우에는 한자를 쓸 수 있다.’고 했고, 이강래 의원 등의 발의안(22명)은 ‘한자를 오른쪽 괄호 속에 병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여 한자어에 한자를 병기하도록 하는 강제성을 띠고 있다. 이 두 법안의 공통 핵심은 공문서에 한글과 한자를 혼용 또는 병기하자는 것이다.
이강래 의원 등의 발의안에는 국어의 정의를 왜곡하는 조항까지 들어 있어 해당국회의원들의 국어 상식을 개탄하는 글이 보도되고 있다. 제3조(정의) “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를 개정안에서는 “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글과 한자로 표기되는 한국어를 말한다.”로 바꾸자고 했다. 입말과 글말도 구별 못하고 국어의 개념 정의를 바꾸겠다는 개정안에 한글단체들은 국회의원들의 국어 수준을 한탄하는 글을 냈을 정도다. 로마자로 ‘Gimpo’라고 표기해도 이는 한국어이기 때문에 글자는 국어의 정의에 끼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이들 개정 법안에는 국어기본법 제18조를 건드려 초·중등교육법 제29조의 규정에 의한 교과용 도서에 교육용 기초한자를 병기하여야 한다고 하여 초·중등학교 교과서까지 한자병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 두 개정안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함께 쓰고 지키고 가꾸어 온 우리 말글을 뿌리째 흔들겠다는 심각한 사안이며 국어의 역사를 100년 이전으로 퇴보시키는 중대 사건으로 나날이 그 주가가 오르는 한글의 세계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이들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고, 그 중 동음이의어가 90%이상이어서 한자로 쓰지 않으면 의미 구별이 안 되며, 한자는 국자(우리나라 글자)이므로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는 아직도 한자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자 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이 법안 발의의 배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다는 말은 일제강점기 때 국어말살정책에 의해 만든 『조선어사전』(1920)에 바탕을 둔 말이고, 『표준국어대사전』(1999)에는 한자어가 57.3%를 차지하고 있다. 사전의 올림말에 한자어의 비율이나 수효가 많은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한자어는 이미 한글화되어 한자로 쓰지 않아도 그 뜻을 알기 때문이다. ‘학교’를 한글로 써도 한글을 깨우친 어린이라면 그 뜻을 알게 되며, ‘경제, 검찰, 문화, 철학, 정보 ……’ 따위의 한자어를 한자로 쓴다고 해서 그 뜻을 바로 알아차리는 것도 아니다.
한자어 가운데 동음이의어가 90% 이상이어서 한자로 쓰지 않으면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궤변이다. ‘정의(正義)와 정의(定義)’, ‘공기(工期)와 공기(空器), 공기(空氣)’, ‘화장(化粧)과 화장(火葬)’ 등 일상생활에서 쓰는 동음이의어들은 말과 글에서 앞뒤의 문맥을 보고 구별할 수 있다.
한자가 국자이니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이것도 국한혼용론자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똑같은 말인데 한자가 국자라고 하는 것은 중국의 임어당이 한자를 동이족(동쪽 오랑캐)이 만들었다고 말했다는 것을 믿고 하는 말이다. 글쓴이가 서울신문(’11.8.12.)에 이와 같은 글을 썼더니 어느
한자단체 지도위원이라는 사람이 반박 글을 썼는데 한자는 우리민족이 2천년을 써왔으니 국자라는 궤변이 나왔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한자어는 이미 한글화 되어 있으며 더 어려운 한자어는 국어사전을 찾으면 된다고 썼더니, 그는 학생이라면 몰라도 누가 국어사전을 비치하거나 가지고 다니느냐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과 손전화(스마트폰)가 사전 역할까지 다 해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한자를 많이 알면 국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촌각을 다투는 정보화 시대에, 배우는 시간과 경제성에서 이득이 없다. 중국은 어려운 한자를 버리려고 발버둥을 쳐 왔으나 세종대왕과 같은 분이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일상 한자는 ‘雲→云’과 같은 간체자를 자꾸 만들어 조금이라도 획수를 줄여 쓰려 하고, 일본 역시 약자를 만들어 써서 동양 3국의 상용한자는 점점 이질화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한자를 우리나라 글자라고 떠받드는 한자 단체들이 국회의원들까지 부추겨 이런 부끄러운 개정 법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의무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한자의 짐을 지우는 가혹한 일이다. 현재 상용한자는 중·고교에서 가르치는 1,800자로 충분하며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가르칠 경우 한자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전공이나 직업에 따라 한자가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더 열심히 배운다. 공교육에서 한자교육은 현재 상태로 충분하다.
공문서에 한자를 섞어 쓰도록 하겠다는 위 두 개정안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공무원의 업무를 과중시키는 개악을 하겠다는 제안이다. 더 이상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 전에 ‘국어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모두 철회해야 마땅하다.
[한국대표 문학신문 http://munhaknews.net/news/service/article/mess_01.asp?P_Index=1339&f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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