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집 7채 팔아 강남집 1채 사러오는 까닭

- 대전, 울산 등의 다주택 소유자 강남 상경


최근 강남지역 부동산중개소에는 대전이나 울산 등 지방에서 온 아주머니들과 어르신들이 종종 눈에 띈다고 한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고 오시는 분들인데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이 대전이나 울산 등 지방도시에 아파트를 몇 채에서 몇 십 채 씩 갖고 있는, 그 지역에서는 부동산 재벌로 불리는 분들이라고 한다.

강남 아파트를 사는 건 좋은데 매수를 위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거냐고 물으면 대부분 갖고 있는 지역 부동산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테니 꼭 매물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지역 간의 아파트 가격을 계산해 보면 적게는 3~4배, 많게는 6~7배 차이가 나서 그렇게 많은 물건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도 이미 그 정도쯤은 각오하고 왔다고 대답한다. 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그렇게 많은 물건을 팔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2~4채 정도는 처분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아파트 가격 추이를 보면, 올해 1월 현재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는 평균 14억원을 넘어 섰다. 아파트에 따라 재건축이라도 걸려 있으면 20억원 내외를 호가하는 아파트도 적지 않다. 

반면, 대전이나 울산 지역 아파트들은 평균 2억2천~2억4천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아무리 비싼 아파트도 3억원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자료 : 한국감정원. 월평균 가격

 

■ 집값 상승률 14배 차이 "거래비용 들어도 강남이 남는 장사" 

집 한 채를 팔고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데 몇 채 씩 팔아서라도 강남 아파트를 사려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최근 3~4년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전국의 모든 집값이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역에 따라 상승률 차이가 워낙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4~2015년 부동산 열기가 시작될 때만해도 서울과 지방 상승률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대구, 세종, 제주 등 지역은 웬만한 수도권 지역보다 상승폭이 더 크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을 지나 폭발적 상승세가 가라앉으면서 서울과 지방의 상승폭이 점차 확연히 갈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지방의 집값 상승은 거의 멈추거나 벌써 하락이 시작된 지역도 있는 반면 서울, 그것도 강남 집값은 오히려 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투자자들이 점차 '선택과 집중'을 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부동산시장에 풀린 돈이 이런 투자전략에 따라 강남을 선택해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1년 동안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1년만에 27.8%가 상승했다. 강남 아파트 중에도 재건축이 추진중이거나 예정된 아파트는 100% 넘는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대전 지역 아파트는 1년 사이 2.0% 상승해 전국 상승률인 11.5%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상승세를 보였다. 울산도 4.9% 상승에 그쳤고,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의 아파트는 각각 0.9%, 2.8%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 중개소 대표는 "지방에서 강남으로 올라오시는 분들은 지방아파트를 팔면서 세금과 중계 수수료를 내고 때로는 은행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돈을 쓰더라도 상승세가 멈춘 지방에 아파트를 몇 채 들고 있는 것 보다는 강남 아파트를 한 채라도 사 두는 게 몇 배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지방 다주택 소유자들이 강남으로 올라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 자료 : 한국감정원

 

■ 공급과잉 시장, 지방 아파트 불안감 상승

더욱이 지난 국제 금융위기 때 지방 아파트들이 반 값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강남 아파트들은 10% 내외 하락에 그친 반면, 최근 가격상승 국면에서는 지방 아파트보다 강남 아파트가 10배 넘는 상승률을 보이면서 '강남 상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접어 들면서 지방아파트 소유자들의 집값 하락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도 지방아파트를 팔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 지역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주택사업자는 "지난 3~4년 워낙 많은 아파트가 공급됐고 지난해부터 입주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벌써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지방 아파트의 경우 투자자들은 물론 실수요자들 조차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하며 집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고 지방 주택시장의 불안감과 지방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야기시키는 주택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는 '강남 집값 잡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정부에서도 '강남 집값 잡기'가 오히려 '강남 희소성'을 부추겨 투자수요를 강남에 몰리게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전반적인 시장의 수요공급에 맡겨야 불균형이 줄어 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강남집값 잡기'가 '지방집값 잡기'로 확대돼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3년 사이 130가구가 넘게 공급돼 이미 시장은 과다공급에 따른 숨고르기에 들어갔는데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이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주택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지역불균형 해소 의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이를 한번에 해결하려고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부는 최근에도 재건축 연한 조정이나 재건축 기준 강화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성희 기자 ebiz1@itnews.or.kr]